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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북인도에 자리 잡았던 아리안족은 점차 영역을 넓혀 동부 내륙에서 세력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아리안족과 선주민의 문화가 뒤섞이게 되고, 결국 갠지스 강 유역에는 아리안족 문화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아리안족 침략으로 생긴 신분제 역시 느슨해지면서 능력에 따른 사회 구조가 더 강한 설득력을 얻게 된다.

 

또한 아리안족이 갠지스 강 유역에 정착할 즈음 인도에는 대상 무역과 상업의 발달로 인해 도시 국가들이 등장하였다. 이 당시 크고 작은 부족들이 통합되어 국가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었는데, 기원전 6세기경에 이르면 대표적인 16국이 세력을 다투게 된다. 그 16 국가는  캄보자, 간다라, 쿠루, 판찰라, 코살라, 말라, 브리지, 앙가, 마가다, 카시, 밤사, 체티, 슈라세나, 바차, 아반티, 아슈바카 였다. 이 중 강대국은 마가다, 코살라, 밤사, 아반티의 4개국으로 군주정치제로 운영되었다.

 

도시 국가의 발달은 기존의 전통 질서와는 다른 새로운 변화를 파생시킨다. 다시 말해 기존의 전통을 불신하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가 요청되었던 것이다.

원전 6세기 인도에 등장한 16 도시국가

 

신흥 사문의 탄생

브라만교는 새로운 시대적 요청에 대한 답변으로 아리안족 종교 전통을 축으로 인도 전통 문화가 결합된 우파니샤드 철학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렇게 시대적인 변화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더욱 변화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당시 인도 동부의 사회적 변화 욕구는 전통의 부분적 개변으로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었다. 붓다가 신분 제도를 부정하는 것과 같은 파격적인 행보도 정당하다고 여겨졌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점에서 우파니샤드는 브라만교에서 사문 전통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을 뿐, 대안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집단적 색깔이 약한 수행 문화를 가졌던 사문 전통은 변화를 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 더불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게 된다. 특히 도시화로 인한 개인주의의 발달과 탈집단주의의 추구는 사문 전통의 경향에 더 근접해 있었다. 이들 사문 전통의 수행자가 바로 신흥 사상가와 신흥 종교가인  '사문'이다.

 

사문은 브라만교의 브라만과 같이 제도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집단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가능한 한 모든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견해들을 제시하게 된다. 장아함 권 14 「범동경」에 따르면 당시 신흥 사상가와 신흥 종교가의 철학적 견해들은 62가지가 있었으며, 불교와 동시대 종교인 자이나교의 문헌에는 363가지 관점들이 존재하였다고 한다. 이를 통해 사상계의 과도기에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자본가와 왕족의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사문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곧 신분이자 지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은 도시 국가가 발달한 인도에서 인류 역사 최초로 나타난다.

 

카스트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성직자인 브라만이 신분상 가장 높은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런데 도시 국가가 발달하면서 다수의 자본가가 탄생하고, 이들에 의해 구 질서에 대한 반동적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다.

 

당시 사문들은 브라만들이 행했던 것처럼 전통을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사문의 특징 중 하나가 '신분제의 부정' 이었다.

 

장자는 자금력을 가지고 있었고, 왕족과 귀족은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신분제가 붕괴된다 해도 받게 될 여파가 매우 제한적이었다. 또한 상위 계층인 브라만의 권위가 무너질 경우, 자금력과 권력을 바탕으로 하여 최상위자로 군림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이와 같은 측면들로 인해 당시의 자본가와 국왕 및 귀족들은 브라만보다 사문을 지지했다.

 

또 사문들은 수행법에 있어 고행과 같은 개인적인 경향을 갖고 있었다. 이는 브라만이 종교의식인 제전(제사)을 중시하는 것과는 다른 태도로, 자본가와 왕족, 귀족의 이익과 충돌할 여지가 없었다. 이러한 면도 제도적 성향을 가진 브라만에 비해 사문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는 이유로 작용한다.

 

출처 : 자현 스님 「불교사 10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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