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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당시 인도는 62견(見), 또는 363견이라는 많은 종교적 · 철학적 견해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견해가 공존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은 스스로 정리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해서 추려진 여섯 집단을 불교에서는 '육사외도(六師外道)'라고 칭한다.

사상계의 혼란과 육사외도의 등장

불교와는 다른 철학적 견해를 가진 여섯 사문, 또는 그 사문을 따르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이 여섯 사문에 대한 내용은 장아함 권 17 「사문과경(沙門果經)」등을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는데, 불교 경전에는 이들의 사상에 대한 비판이 여러 번 나타남다. 그러나 불교 또한 이들과 같은 사문 전통에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붓다가 브라만교보다도 육사외도를 더욱 강도 높게 비판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모두 같은 사문 계통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하고 원색적으로 충돌하는 것이다.

 

그럼 육사외도를 이끈 이들과 그들의 사상을 살펴보자

먼저 소개할 인물은 유물론자인 아지타 케사캄발린이다. 그는 인간과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를 지(地) · 수(水) · 화(火) · 풍(風)의 네가지로 보고, 인간이 죽으면 이 요소가 흩어질 뿐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설에 입각해서 윤리나 사후 세계를 부정하고 현실에서의 쾌락주의를 주장했다.

 

다음은 인간과 세계가 지·수 ·화 ·풍 ·고(苦) ·락(樂) ·생명의 일곱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 파쿠다 카짜야나이다. 그는 소멸하지 않는 일곱 가지 요소들이 이합집산하여 인간을 구성하기 때문에 죽음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다음은 카말리 고살라이다. ·수 ·화 ·풍 · 허공(虛空) ·득(得) · 실(失) · 고(苦) · 락(樂) · 생(生) · 사(死) ·영혼의 열두 가지 요소설을 주장하였다. 숙명론자였던 그는 인간이 느끼는 고락과 선악 등이 이미 정해진 이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고행과 같은 엄격한 수행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라나 카싸파는 모든 사회적인 규범을 인정하지 않는 도덕부정론자이다. 모든 규범은 사회적인 관습에 따라 임시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선악이나 과보가 초래될 수 없다는 윤회적 회의론을 주장했다.

 

불가지론(不可知論)자 산자야 벨라티풋타는, 모든 문제는 주관적인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어떤 판단도 정당할 수 없다는 회의론을 주장했다. 그래서 지식을 버리고 수행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후일 붓다의 최고 제자로 꼽히는 사리불과 목건련은 본래 산자야의 제자였다.

 

마지막은 미간타 나타풋타이다. 그는 육체와 물질에 속박된 영혼을 해방시키기 위해서 고행에 가까운 엄격주의 속에서 살아야만 한다고 하였다. 5대 서원인 불살생(不殺生) · 불망어(不妄語) · 불투도(不偸盜) ·불음(不淫) · 무소유(無所有)를 강조하면서, 청정한 엄격주의만이 윤회를 끊고 해탈에 도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붓다보다는 연배가 위였지만 붓다와 같은 시대를 산 사람으로 현재까지 인도에 남아 있는 자이나교의 교조이기도 하다. 그가 강조한 5대 서원은 불교로 수용되어 오계(五戒)가 되는 등 불교 정립에도 영향을 미쳤다.

 

육사외도의 사상가는 대체로 요소론(적취설)의 관점에 입각한 유물론이나 숙명론, 도는 도덕부정론을 주장하였다. 또한 윤회를 끊는 해탈의 방법으로 고행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 다수 목도된다. 육사외도의 요소론과 고행에 대한 입장과 비슷한 내용은 붓다에게서도 일정 부분 찾아간다. 다만 붓다는 요소론의 관점을 인과연기론(因果緣起論)으로 승화하고, 고행을 부정하며 중도(中道)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을 배제한 사문이 세계를 이해한 방법, 적취설

이 세상에는 다양한 차이와 차별이 존재한다. 유신론에서는 이 부분을 신의 의지에 따른 결과로 이해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신이 빠지게 되면 차이나 차별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에 대한 답변으로 등장하는 것이 이 세상의 구성 물질로서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며, 이것의 결합 차이가 현상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들을 적취설(積聚說)이라고 한다.

 

붓다 이전의 사문들은 세계를 여러 원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고, 이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다양한 주장을 펼쳤다. 그리고 이러한 적취설은 불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지 ·수 ·화 ·풍의 사대설(四大設)과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의 오온설(五溫設), 그리고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와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법(法)의 십이처설(十二處設), 십이처에 안식(眼識) ·이식(耳識) ·설식(舌識) ·신식(身識) ·의식(意識)을 덧붙인 십팔계설(十八界設)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세계 구성의 요소가 된다.

 

적취설의 발달은 문제의 초점을 요소 간의 결합 관계로 옮겨 가게 한다. 붓다는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주장을 넘어서 각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그 원리에 대해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인과설(因果設)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세계 구성의 요소가 된다.

 

적취설의 발달은 문제의 초점을 요소 간의 결합 관계로 옮겨 가게 한다. 붓다는 각각의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다는 주장을 넘어서 각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그 원리에 대해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인과설(因果設)과 연기설(緣起設)이다. 붓다는 적취설이라는 사문 전통의 토대 위에서 보다 진일보한 관점에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문 전통에서 적취설이 신이라는 존재의 대항마로 대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쪼갰을 때 더 이상 나누어지지 않는 최소가 되는 궁극적 실체에 대한 추구 때문이다. 이는 희랍철학에서도 확인되는 측면 중 하나인데, 이것이 사문 전통에서 적취설이 발전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이러한 전통은 후대까지도 계속 유지되는데, 이는 불교의 구사학(俱舍學)에서 75종의 요소를 말하는 것이나, 유식학(唯識學)에서 100가지 요소에 대해 주장하는 것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인간, 마음 작용, 세계의 구성 요소

 

 

출처 : 자현 스님이 들려주는 불교사 100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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