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불교에서는 죽은 이후에도 다시 생사가 거듭되는 윤회라 말하며 생명은 모두 6가지의 세상에 번갈아 태어나고 죽어간다고 믿었는데, 이를 육도윤회라고 합니다. 죄를 짓게 되면 지옥에 태어나고 선한 덕을 많이 쌓으면 행복이 가득한 하늘 세계에 태어난다고 보았습니다. 끊임없이 생산을 거듭하고 때문에 오늘의 나는 과거의 나에서 비롯되었고 미래의 나를 결정짓게 됩니다.

그렇다면 고타마 싯다르타는 어떻게 왕자로 태어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간으로 이 세상에 왔을까요? 과거에 어떤 선행으로 탄생을 얻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와 관련된 붓다의 행적은 불교 신자에게 교훈을 주고 깨달음을 얻는 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붓다의 삶을 보다 쉽게 대중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이 유효했을 것입니다.

 

붓다의 일생 불전도 이야기

붓다의 일생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을 불전도라고 하며 전생의 이야기를 본생담이라고 합니다. 불전도와 본생담의 내용은 곧 붓다의 가르침이 되며, 일찍부터 불교 미술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었습니다. 먼저 붓다의 일생을 간략하게 불전도를 알아보겠습니다.

마야부인이 싯타르타를 잉태 꿈


싯다르타는 약 2500년 전 아버지 정반왕과 어머니 마야 부인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마야 부인이 싯다르타를 잉태할 때 꿈을 꿨는데 하얀 코끼리가 그녀의 주문을 세 번 돌고 오른쪽 무릎에 앉았다고 전합니다. 인도 바로흐트에서 발견된 스투파 난간에는 마야 부인의 태몽 장면이 묘사되었고, 한편에 코끼리가 등장합니다. 중요한 인물인 마야부인은 중심에 자리하고 앞다리를 구부린 코끼리도 상당히 크게 표현하였습니다. 반면에 주변의 시녀들은 작게 나타나고 뒷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중요도에 따라서 인물의 크기와 위치를 다르게 하고 묘사되는 것은 고대 미술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싯다르타를 잉태하고 시간이 지나 마야부인은 출생하게 되는데, 친정으로 가는 도중 룸비니 동산에서 산기를 느끼고 겨드랑이 아래에서 아기가 태어났다고 전합니다. 탄생 직후 한 손은 하늘을,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고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내가 홀로 존재하다. 즉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말했습니다. 일곱 걸음은 육도의 윤회에서 벗어났음을 상징합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싯다르타 개인이 아니라 천상천하에 있는 모든 개개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명의 존엄과 실존을 뜻합니다. 이와 같은 모습을 형상화한 것을 탄생불이라고 하며, 아기의 모습으로 하늘과 땅을 향해 손짓하는 모양입니다. 싯다르타는 왕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부기영화를 누렸지만 생로병사의 고해를 보고 29살에 출가하여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6년간의 고된 수행으로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되지만 해탈에 이르는 방법이 아님을 느끼고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 결가부좌하고 깊은 선정에 들게 됩니다. 이때 마왕은 깨달음을 얻은 붓다로 인해서 자신의 세력이 위축될까 두려워 온갖 방법으로 방해하지만 결국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붓다는 자신의 깨달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른손으로 땅을 짚어 지신을 부르고 마왕의 세력은 사라지게 됩니다.

항마성도

 

마왕을 물리치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의미로 항마성도라고 부릅니다. 보리수 아래의 결가부좌로 오른손으로 땅을 짓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왼쪽에는 마왕이 칼을 들고 위협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겁에 질려 도망가는 마왕의 부하가 보입니다.


항마성도는 붓다 일생에서 매우 중요한 장면으로 단독의 존상으로도 다수 제작되었습니다.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사르나트에 있는 녹야원에서 처음으로 설법합니다. 첫 설법도 중요한 장면으로 표현되며 초전법문이라고 합니다. 진리의 수레바퀴를 처음으로 돌렸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붓다가 결가부좌한 자세로 수레바퀴를 돌리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그때 아래에는 두 마리의 사슴이 등장하여 이 장소가 사슴동산인 녹야원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처음 설법 당시에 다섯 사람의 수행자가 있었다고 전하는데,  이는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구조에도 머리를 깎은 수행자 5명을 표현하였습니다. 처음 설법 이후 붓다는 45년간 인도 북부와 중부의 갠지스 유역을 중심으로 가르침을 전파하였습니다. 그리고 80세가 되어 쿠시나라가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상


부조를 보면 침상 위에 붓다는 옆으로 누워 열반에 들었고, 주변에는 슬픔에 잠긴 제자들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붓다의 일생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보다 더욱 자세한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특히 간다라 지역에서는 불전 기술이 크게 발전해서 탄생해서 열반에 이르는 석가모니의 일생이 100여 개의 장면으로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붓다 일생 가운데 중요도가 높은 사건을 중심으로 탄생, 항마성도, 초전법륜, 열반에 이르는 긍정적인 사상도가 미술의 주제로 자주 제작되었습니다. 또한 대승불교 시대에 이르면 사상도를 발전시켜 8장면으로 확대된 팔상도가 유행하기도 합니다.

 

붓다의 사후, 즉 열반에 이른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표현되었을까요? 스승이 떠난 후 제자들은 애도의 시간을 갖게 됩니다. 시신을 안치한 관을 붙들고 통곡하는 모습도 보이고 화장을 하는 장면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장례 풍습에 따라서 시신은 화장했는데 중심에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표현하여 다비의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붓다의 8등분 사리

 

그리고 다비가 끝나고 붓다의 사리를 수습하게 됩니다. 이때 주변 여덟 부족이 달려와 사리를 나누어 줄 것을 요구하여 사리는 8등분 됩니다. 사리를 가져간 지역에서 만든 8개의 탑을 근본사리탑이라고 부릅니다. 부조를 보면 8개의 사리가 표현되어 모든 인물은 손에 사리를 담은 그릇을 들고 있습니다. 귀한 사리는 소중하게 모셨고 스투파를 만들어 기념하게 됩니다. 부조의 중심에는 앞서 건축물로 살펴본 스투파가 자리하고 양쪽 주변에는 승려들이 있습니다. 두 손에 사리기를 들거나 합당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붓다의 전생 본생담 이야기

붓다는 싯다르타로 태어나기 전에 수많은 전생을 살았습니다. 본생담은 붓다의 전생을 묘사한 설화로 자타카라고도 합니다. 인도에서는 생사가 반복되는 윤회와 선악에 따른 인과응보의 사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사람이 살고 죽음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모습은 전생의 선악에서 결정된다고 본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현상을 부여받은 것은 과거의 공격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며, 그와 같이 자기를 희생하고 선을 위해 인내할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교훈이 자타카에 담겨 있습니다. 후대 전하는 붓다의 본생담은 수백 종에 이르며 인도 각지의 옛날이야기나 우화에 기초한 것입니다. 자타카에서는 석가의 전생을 보살, 즉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선행을 쌓는 수행자를 보며 선인이나 귀인, 혹은 왕자, 또는 코끼리나 원숭이와 같은 동물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태어나 보살의 수행을 쌓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원본생


본생담 가운데 대표적인 이야기와 미술로 표현된 예는, 먼저 대원본생을 소재로 만든 바로트 스투파입니다. 석가모니는 과거생에서 원숭이의 왕으로 태어났습니다. 원숭이들은 히말라야 산맥 아래 거대한 망고나무 숲 속에 살았는데 나무의 열매는 맛과 향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그런데 강으로 뻗은 가지에서 열매가 떨어져 바라나시에 흘러갔고, 맛있는 과일을 맛본 왕은 군대를 이끌고 원숭이들이 사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원숭이를 모두 죽이고 열매를 차지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죽음의 위기 상황에서 몸집이 크고 지혜로운 원숭이 왕은 강 건너로 먼저 도망갈 수 있었지만 나무줄기를 몸에 묶어 자신을 밟고 지나가게 해서 원수인 모두를 구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은 기력을 잃고 나무에서 떨어져 버렸습니다. 스스로를 희생해서 다른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바라나시의 왕은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원숭의 왕을 구출하고 경배하면서 군주의 도리와 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바로트의 구조를 보면 여러 이야기가 하나의 화면에 동시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위쪽에는 원숭이 왕이 다리가 되어 다른 원숭이들을 구하는 장면이 보이고, 아래에는 바라나시 왕이 군왕의 도리에 대하여 설법을 경청하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시비왕 본생담


희생을 통해 선업을 짓는 내용으로 주제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시비왕 본생담도 대표적인 이야기인데 간다라 부조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왼쪽에 왕이 앉아 있고 가운데는 저울을 들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자비심 만일 왕은 백성을 비롯해 누구든 찾아오면 아낌없이 베풀었습니다. 하늘의 제석천이 그런 모습을 보고 자신의 지위가 위태롭게 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시비왕을 시험에 들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매로 변신하고 부하는 비둘기가 되었습니다.

매에게 쫓겨 겁을 내고 시비왕의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가서 매가 비둘기를 내놓으라고 하자 왕은 자신의 살과 피로 비둘기를 구하고자 합니다. 매는 비둘기와 같은 무게를 요구하면서 시비왕이 베어 낸 살을 저울 한쪽에 얹고 비둘기 몸을 한쪽에 두었습니다. 저울은 시비왕의 몸 전체를 올린 후에야 비로소 비둘기와 수평을 이루었고, 결국 왕은 목숨을 희생해야 했습니다.


시비왕의 진정한 희생을 보고 매는 다시 제석천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시비왕의 생명도 회복되었다는 내용입니다. 대중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듣고 그림이나 조각을 보면서 붓다를 더욱 존경했습니다. 또한 교훈을 되새기며 자비를 베풀고 공덕을 쌓기 위해 노력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도의 초기 불교 미술에서 붓다의 열반 이후 조성된 스투파의 특징을 고찰하고 붓다의 전생과 현생에 관한 불교 미술에 이였습니다. 붓다는 자신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과거의 모든 인연을 통해 가르침을 설파했고, 이는 불교 미술의 중요한 주제가 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