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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풍은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풍해(風害)입니다. 도시 내부에는 높은 빌딩들이 많아서 마찰력 때문에 일반적으로 바람이 약합니다. 하지만 빌딩에 바람이 부딪쳐 갈라져 불 때, 건물과 건물 사이에서는 아주 강한 바람이 불게 됩니다. 지상 150미터 이상의 빌딩이 건립되면 상공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기도 하며 때로는 무풍(無風) 상태가 됩니다. 이 때문에 간판이나 지붕이 날려가거나 전선이 끊어질 때도 있습니다. 또 연기나 배기가스가 소용돌이 현상으로 지상에 흘러서 국지적(局地的)인 대기오염이 발생하여 고층빌딩이 밀집한 대도시의 새로운 도시 공해로 나타납니다.

빌딩풍의 원인, 벤투리 효과

문제는 물이나 공기 등 유체를 이루는 분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일일이 더하고 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액체나 기체 분자의 움직임이 고체와 같다고 가정하고 그 운동을 계산했는데요. 이것이 1738년 발표된 베르누이 방정식입니다.
베르누이 방정식을 실제 실험에서 적용한 것이 '벤투리 효과'입니다. 어떤 관 안을 흐르던 유체가 직경이 작은 좁은 부분을 지날 때 압력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조반니 벤투리(Venturi·1746~1822) 이름에서 땄습니다. 실제 일정한 크기의 유리관 안을 흐르던 물은 좁은 부분을 지날 때 동일한 부피의 물을 같은 시간 안에 통과시켜야 하기 때문에 그 속도는 빨라지고 압력은 줄어듭니다. 만약 속도가 빨라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물이 좁은 구간을 통과하는 시간은 넓은 구간보다 더 걸리게 되는 겁니다.

지난해 부산 태풍 때 마린시티 24곳의 최대 풍속은 초속 30m로 해상보다 7m나 빨랐고, 최대 순간풍속은 해상의 2배가 넘는 초속 50m까지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공기가 고층 빌딩 사이사이를 지나며 격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때로는 연기나 배기가스가 한 방향으로만 흘러 국지적인 대기 오염이 발생하기도 하고, 간판 등 거대한 물건이 날아가거나 전선이 끊어지는 재난이 발생하기도 하는 겁니다. 문제가 되는 빌딩풍 역시 바람 공기이라는 유체가 넓은 공간에서 불다가 빌딩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전형적인 벤투리 효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높이 150m 이상 약 40층의 고층 빌딩에서는 위에서 부는 바람이 빌딩에 부딪혀 급격히 아래로 내려온 뒤 아래서 부는 바람과 만나 소용돌이치는 식으로 요동을 친답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지기도 합니다.

도시의 바람길 공기의 움직임

바람은 공기가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햇볕에 데워진 공기는 위로 상승하면서 움직이게 되고 보통 바람의 양이 많을수록 바람의 속도는 빨라지고, 바람이 지나는 통로의 면적이 좁을수록 속도는 더 빨라집니다.
이런 현상은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넓은 지역에서는 느리게 흘렀던 물살이 좁은 시냇가를 지날 때는 빨라지고, 창문을 많이 열었을 때는 서늘하게 불던 바람이 창문 틈을 조금 열었을 때 빠르고 강하게 느껴지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물이나 바람이 딱딱한 고체였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현상으로, 오직 흐르는 물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입니다.

빌딩풍으로 전기 생성

많은 과학자가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먼저 바람이 부는 방향의 건물 뒷부분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없애기 위해서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기구 스포일러를 부착하거나, 일본의 NEC 슈퍼타워 빌딩처럼 고층 건물 중간에 바람이 빠져나갈 수 있는 커다란 구멍 풍혈·wind avenue을 내기도 합니다. 과거 동양에서는 '재물이 빠져나간다'는 등 풍수지리적인 이유로 건물에 구멍 뚫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 활용한다고 합니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어긋나게 창문을 설계하거나 건물의 모서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만드는 이유도 바람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나 우리나라 잠실의 제2 롯데월드 같은 건물 모양이 대표적입니다.

직육면체 모양으로 건물을 높이 쌓아올린 경우엔 건물 중심축에 커다란 추를 매달아 건물의 흔들림을 흡수하도록 만듭니다. 실제 대만의 고층빌딩 '타이베이 101'에는 무게 660톤짜리 강철 추가 87~88층 사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영국 런던의 스트래타 빌딩과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벤투리 효과를 적극적으로 응용해서 건물 사이에 아예 풍력발전기를 배치하기도 했답니다. 빌딩 사이에 부는 바람을 이용해 아예 전기를 만들자는 겁니다. 실제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는 3개의 풍력 터빈으로 건물에서 쓰는 전기의 15%를 생산하고 있다니 빌딩풍의 위력이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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