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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에 입력하는 펜의 정확한 이름은 '스타일러스', 혹은 '스타일러스 펜'입니다. 라틴어의 '스틸 루스(stilus)'에서 따온 말인데, '길고 날카롭고 뾰족한 금속 조각'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펜과 종이가 대중화되기 전, 고대에는 판화처럼 날카로운 물건으로 벽을 긁어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곤 하였습니다. 펜에 잉크나 흑연을 묻히는 것이 아니라 밑판에 자극을 줘 자국을 남기는 방식입니다. 스마트 기기에 사용하는 펜도 실제 잉크나 흑연을 묻히는 것이 아니라 화면에 자극을 줘 기록하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후 스타일러스는 축음기에서 레코드 판에 닿는 바늘을 의미하는 단어로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바늘이 판을 긁으며 소리를 기록하는 모습이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종이에 펜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컴퓨터·태블릿·스마트폰 화면에도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하지 않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이제 교과서에 필기하는 것보다 스마트 패드에 문서 파일을 띄워놓고 강의 내용을 적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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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쓰는 것처럼 정확하게 인식

정전식은 화면에 미세하게 흐르는 전류를 가로막으면 그 부분에 입력이 이뤄진다고 판단하는 방식이에요. 2007년 등장한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이 이 방식입니다. 이 화면의 주 입력 도구는 펜이 아니라 '손가락'입니다. 이 정전식 터치 스크린이 대중화되면서 손가락을 대신할 수 있는 물건들이 나왔습니다. 전기 흐름을 방해할 수 있도록 끝이 뭉툭한 고무 형태의 펜입니다. 현재 대중적으로 쓰이는 스타일러스 펜의 입력 방식은 감압식, 정전식, 그리고 디지털 방식 등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어요. 감압식은 센서가 눌리는 힘을 읽어서 지금 펜이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읽는 방식으로 X축과 Y축 평면에 압력 센서들을 집어넣고, 누르는 힘을 읽는 겁니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바로 이 방식을 썼어요. 펜뿐 아니라 손이나 볼펜 등 끝이 뾰족해서 점을 누를 수 있는 물체라면 아무것이나 펜으로 쓸 수 있었고, 센서의 적용이 쉬웠기 때문에 화면과 펜 입력이 함께 이뤄지는 초기 터치스크린의 대중적인 기술이었습니다. 하지만 각 점이 눌리는 힘만으로 펜의 위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졌고, 수시로 센서를 바로잡아 줘야 했어요. 그림은커녕 선을 제대로 긋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또한 힘을 주어서 써야 했기 때문에 화면이 긁히는 일도 많았습니다.

디지털 방식은 펜 끝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가장 뛰어난 기술로 꼽힙니다. 디지털 펜은 마치 마우스를 쓰는 것처럼 태블릿 위에서나 화면 위에서 정확하게 한 점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펜 끝을 읽어내는 반응 속도도 빠릅니다. 그래서 종이에 쓰는 것과 똑같이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또한 센서를 통해 펜과 화면 사이의 거리를 아주 미세하게 읽어냅니다. 최근에는 펜의 기울기까지 인식하여 연필이나 목탄으로 스케치하는 느낌을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방식은 전자기 공명 방식과 정전기식 두 가지로 나뉘는데, 기본적인 원리는 펜과 센서가 전자기 혹은 정전기를 내보내고 읽어내는 방식입니다. 전자기 공명 방식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비롯해, 와콤 등 전통적인 태블릿 입력 장치가 써 왔습니다. 정전기식 펜은 아이패드의 애플펜슬이 대표적입니다.


화면에 점과 선을 그리는 펜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펜으로 어떻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걸까요? 스타일러스 펜의 역할은 펜촉이 닿는 곳의 화면 위치를 스마트 기기가 인지해서 점, 혹은 선 등을 남겨주는 방식입니다. 펜은 위치와 입력 정보를 남겨주고, 실제로 그림이 그려지는 것은 디스플레이, 즉 화면 안에서 일어납니다. 이 입력 장치가 컴퓨터에 쓰이기 시작한 것은 사실 아주 긴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컴퓨터에 펜을 이용한 사람은 1957년 톰 디몬드입니다. 그는 '스티야라토르'라는 컴퓨터에 펜을 이용한 입력 장치를 선보였는데, 지금처럼 화면에 직접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전자펜의 입력을 받아들여서 컴퓨터로 보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기술이 조금 더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1964년 등장한 RAND라는 이름의 태블릿입니다. 태블릿 터치 인식 입력 장치의 출발이었습니다. 그래픽 전문가나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요즘의 웹툰 작가들에게까지 이 펜은 아주 중요한 입력 장치가 되었습니다.


종이에 쓴 글 디지털 정보로

최근에는 스타일러스 펜 기술에 인공지능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아무리 글씨를 예쁘게 쓴다고 해도 컴퓨터 입장에서는 그저 이미지 형태의 선일 뿐입니다. 그래서 악필이더라도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텍스트로 변환해 줍니다. 마찬가지로 원이나 별 같은 도형을 대강 그려도 찰떡같이 알아보고 정확한 모양을 그려줍니다.
스타일러스 펜은 디스플레이나 태블릿 패드를 벗어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펜의 위치를 디지털로 읽어낼 수 있는 센서를 이용하는 겁니다. 스케치북이나 노트 등 종이 위에 초음파와 적외선을 이용한 센서를 꽂아두고 전용 펜으로 종이에 그림이나 글씨를 쓰면 그대로 디지털 정보로 옮겨줍니다. 센서가 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읽어내기 때문에 정확도가 높을 뿐 아니라 일반 펜촉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종이에 직접 그려진 그림과 디지털 복사본을 동시에 갖게 됩니다. 우리나라 기업 네오랩이 내놓은 스마트 펜은 볼펜 끝에 작은 카메라가 달려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좌표가 새겨진 전용 종이에 쓰면 펜의 위치를 읽어내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줍니다. 이 역시 펜촉은 볼펜이기 때문에 필기 본이 그대로 남습니다. 공책부터 다이어리 등 종이만 있으면 어떤 크기의 그림도 글자도 모두 디지털로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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