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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적멸보궁 사리탑

  옛날 인도 코살라국에 파세나디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전쟁에서 패하여 돌아가던 와중에 너무나 피로하여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에 쓰러져 잠이 들게 됩니다. 그때 그 정원을 관리하던 여종 말리카는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잠든 나그네가 왕인지도 모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극히 보살피게 됩니다. 이후 그녀의 정성스러운 마음에 감동한 파세나디왕은 그녀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습니다.

 

  말리카 왕비는 신분도 비천하고 그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여인이 아니었지만, 항상 지혜롭고 공손하였으며 모든 사람들을 잘 돌보았기에 궁중의 다른 왕비들까지도 그녀를 좋아했습니다. 파세나디왕은 이런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이것은 예외가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예외일지 모른다. 말리카는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파세나디왕은 말리카 왕비를 불러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는 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왕비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대왕보다 저 자신을 더 사랑합니다."

 

  남편인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라 믿었던 왕은 상심하여 왕비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진실한 답면을 듣고자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왕이시여,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합니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듯이 남들 또한 그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은 남을 괴롭히거나 해쳐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듯 다른 중생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니, 나 자신을 아끼는 만큼 다른 중생들도 나처럼 아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일화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지신을 위한 삶의 여백도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공간도 남겨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제대로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소중한 구슬들이기 때문입니다.

 

 

 

 

월간통도 2023.05_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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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

몸에 집착하지 마라!

 

  극심한 고통은 더욱더 심해만 가고, 알아차림은 도무지 힘을 못 쓴다고 절절히 토로하는 장자에게 사리뿟다는 이렇게 말한다.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공부 지어야 합니다. '나는 눈을 취착 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알음알이(식 또는 인식)는 눈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여, 그러면 나의 알음알이는 귀·코·혀·몸·생각(mano 意)을 취착 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나의 알음알이는 귀·코·혀·몸·생각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부 지어야 합니다."

 

  먼저, 고통이라고 '아는 마음' 또는 '느끼는 마음'인 '식 또는 인식을 그 원인으로부터 떼어 놓는다. 그 원인은 취착과 취착을 동반한 오온이다. 취착은 '취하려고 집착하는 마음'으로 '갈애 또는 집착'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몸에 장착하고 있는 뿌리 기능인 육근六根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에는 이미 취착이 담겨 있다. 내 몸에 이미 장착된 취착[업]이 외부 대상과 만나게 되면서, 그것은 순식간에 표면으로 떠올라 행(行: 상카라, 업력)으로 구현된다. '나'라는 것은 '업과 업력의 작용' 또는 '업과 업력의 소용돌이'인 것이다.

 

  이렇게 사리뿟다 존자는 육 근에서 시작한 취착과 그것을 아는 마음(인식)이, 어떻게 부단히 다단계를 밟아 어느새 고통이라는 느낌 덩어리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시 말해, 존자는 장자에게 '고통의 구성 요소들'을 속속들이 들추어내어 '고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일깨워준다. 해당 경전상의 길고도 상세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육근이 대상과 만나 육경(색성향미촉법: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이 일어나면 그것에 대한 취착과 그것을 아는 알음알이(또는 인식)가 일어난다. 다시, 육경에서는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이라는 육식의 취착이 일어나고, 그것을 아는 인식이 또 일어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육식에서는 육촉(감각접촉)이라는 취착이 일어나고, 다시 그것에 대한 인식이 따라붙는다. 다시 육촉에서는 육수(느낌)라는 취착이 일어나며,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이 또 생겨난다. 이렇게 '취착'과 그것을 아는 분별심인 '인식'에 속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다잡으라고, 존자는 장자에게 끊임없이 권유한다.

 

날숨들숨에 대한,

'한 지점'에서의 알아차림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약은 실제로 아픈 데를 낫게 해 주기보다는,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신경계통 약이 많다. 고통이라는 느낌에 대한 인식의 차단을, 약이 아니라 부작용 걱정할 일 없는 위빠사나 통찰지로 하는 것이다. 존자가 설법한 고통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어느 단계라도 알아차림이 들어가면 그것을 차단할 수 있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고통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고통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 또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로부터 온다. 그것이 덩어리로 인식되는 한, 그것에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몸이라는, 고통이라는, 나라는) 덩어리를 '해체해 버리는 방법'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밝혀놓으셨다.

 

  물론 나의 밑바닥까지 관철해 버리는 선정과 통찰 지를 키워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부단히 바르게 차근차근해나간다면 생로병사라는 고통의 윤회는 (부처님 말씀대로) 반드시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은 아나빠나삿따, '날숨들숨에 대한 알아차림'부터 라고 「대념처경」에는 설해져 있다. 호흡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으로 수행은 시작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지점'에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호흡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지점에서 알아차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념처경」 첫머리의 요지는 '한 지점 집중'이다. 그리고 집중 지점은 '전면'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인중 부위'를 말한다. 즉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출입구'의 '전면'을 말한다. 여기서 호흡 또는 호흡 관찰이라는 용어가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흡'이라는 용어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재의 호흡이 아니라 관념의 호흡을 상상해서 본다. 개념의 호흡을 부여잡고 있는 한 수행에 진전은 없다. '호흡'이라는 용어 대신 '공기 또는 바람의 움직임'이라고 명명하면, 우리는 '개념의 허상'에서 '실재實在의 진실'로 바로 소환될 수 있다.

 

'고통의 만들어지는 과정'

산산이 해체하다

 

  수행의 요점은 '한 지점에서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다. 알아차리는 대상은 들어오고 나가는 바람(풍대)의 움직임이다. 쉽지 않은 첫 단계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정한 그 지점에서 자꾸 딴 데로 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고, 알아차림을 1초에서 10초로, 10초에서 1분으로, 1분에서 30분으로 늘려나가며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가. 뿌연 흰 구름 같은 니밋따가 뜨고, 그것이 확대되고 투명해지면서, 나의 몸은 없어지고 그것과 하나가 된다. 대상과 나의 의식이 하나 된 선정 삼매의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청정한 마음 상태에서 대상을 꿰뚫는 위빠사나 통찰지가 섬광처럼 나온다. 순식간에 작용하는 오온의 스피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것을 포착하는 통찰지. 덩어리로 나를 흔들던 무명(또는 오온)은 그 실체를 드러내며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임종의 순간, 사리뿟다 존자의 위대한 설법을 들은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펑펑 문물을 흘리게 된다. "존자시여, 저는 더 이상 취착이 생기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습니다." 설법이 끝난 뒤, 얼마나 지나지 않아 장자의 몸이 무너져 죽었다. 하지만 마음은 더욱 진보하여 예류과(수다원과)를 성취하고 천신의 몸을 받게 된다.

 

 

월간 통도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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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리뿟따 존자여/ 저는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듭니다./ 예리한 고통은 점점 심해지고 가라앉질 않습니다./ 마치 힘센 사람이 시퍼런 칼로 머리를 쪼개듯/ 거센 바람이 제 머리를 내리치고/ 고통은 더 강해지고 차도가 없으며/ 마치 힘센 장사가 튼튼한 가죽 끈으로 제 머리를 조이는 것처럼 극심하고 예리한 두통이 가라앉질 않습니다."

 

  죽음의 문턱에 와 있는 아나타삔디까 장자. 아나타삔디까는 어렵고 힘든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한역하면 급고독 給孤獨이다. 그는 상상을 초월하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그리고 더 이상은 몸을 운신하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사람을 시켜 대신 세존에게 마지막 문안을 전한다. 그리고 사리뿟따 존자에게 부디 와 달라고 마지막 만남을 청하게 된다.

 

  "장자여, 어떻게 견딜 만합니까?"라고 묻는 사리뿟다 존자에게 "마치 능숙한 백정이 예리한 도살용 칼로 배를 도려내듯이/ 그같이 거센 바람이 제 배를 도려내는 듯합니다./ 또 마치 힘센 두 사람이 양팔을 붙잡고 숯불 구덩이 위에서 굽고 태우듯이/ 그같이 제 몸에 맹렬한 불길이 치솟는 듯합니다./ 사리뿟따 존자여, 저는 견디기가 힘듭니다./ 고통은 더 심하기만 하고/ 사라지지 않는다고만 알아질 뿐입니다."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기원정사를 건립한 핵심 인물이다. 세존께서 그의 말년에 교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 이로, 무주상無住相보시를 대표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사리뿟따 존자는 기원정사의 장소 물색부터 기초 계획 및 운영까지,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한 장자의 오랜 친구이자 귀중한 조언자이다.

 

죽음이란?

사대四大가 흩어지는 과정

 

  불교에서는 '죽는다'라는 표현을 '사대가 흩어진다'라고 표현한다. 사대란 지(地:땅의 요소) · 수(水: 물의 요소) · 화(火: 불의 요소) · 풍(風: 바람의 요소)의 네 가지 성품을 말한다. 우리의 몸은 사대가 만나[연기緣起] 결속되어 운영되다가 [緣生] 그것이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緣滅] 과정을 거친다. 사대가 뭉쳤다가 흩어지고 다시 뭉쳤다가 흩어지고 하는 것을 생生이라 하고 또 윤회라 한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이 '마음'이다. 이 마음을 '업식' 또는 '업장'이라고 한다. 천도재 때 천도의 대상은 우리의 몸이 아니라 이 마음이다. 천도의 대상으로서의 마음 덩어리를 '영가' 또는 '영혼'이라고도 한다.

 

  사대가 흩어질 때(즉, 죽을 때)는 위의 인용에서처럼, "거센 바람이 머리를 쪼개고 배를 도려내듯, 불길이 몸을 태우고 솟구치는 듯" 지수화풍이 제각각 요동친다. 격렬하게 움직이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거나 심한 격차를 보이며, 사대의 결속과 조화가 깨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먼저 바람의 요소[풍대風大]인 호흡이 빠져나간다. 우리가 사는 속세에서는 호흡만 끊어지면 일단 의학적인 죽음 상태로 판명한다. 그러나 아직 남은 요소들이 있다. 연달아서 불의 요소[火大]인 온기가 빠져나가 몸이 차가워진다. 물의 요소[水大]인 수분도 빠져나가 몸이 축 처지고 마른다. 마지막 땅의 요소[地大]인 뼈·머리칼·이·손톱 등이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패되어 사라진다. 이렇게 몸을 구성하던 사대가 흩어져버리면, 우리가 몸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던 덩어리가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죽어도 죽지 않는 것!  우리의 '마음 또는 업식, 업장'이다.

 

호흡 관찰

윤회를 끊는 여정의 첫걸음!

 

  석가모니 붓다는 일찍이 윤회의 실체가 이 '업장'이라는 것을 통찰하셨다. 그래서 업장을 없애면, 몸이 붙을 수 있는 기반이 없어지기에 윤회를 끊을 수 있다는 원리를 관찰하셨다. 그래서 '윤회 끊는 법', 즉 '업장 공략 법'을 세상을 내놓으셨는데, 그것은 '업장의 실체'를 통찰하는 것이다. 몸의 실체인 사대를 통찰해 보면 몸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듯이, 업장의 구성 요소를 통찰하면 업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몸이라고 평생 착각한 것은 그저 사대의 이합집산이고, 그 속에 불변의 실체는 없다. 지수화풍 사대의 작용과 변화를 보는 것이 위빠사나 수행이다. 가장 보기 쉬운 것이 '풍대(바람)의 움직임'이기에 '호흡'을 먼저 본다. 자신의  '호흡을 보는 것'은  기나긴 윤회를 끊는 대장정의 첫걸음인 것이다.

 

  「영가전에」라는 영가천도문에는 "사대육신四大六身 흩어지고 업식業識만을 가져가니"라는 유명한 문구가 나온다.  좀 더 인용하면 "탐욕심을 버리시고/ 미움 또한 거두시며/ 사견마저 버리시어/ 청정해진 마음으로/ 부처님 품에 안겨/ 극락왕생하옵소서./ 돌고 도는 생사윤회/ 자기 업을 따르오니/ 오고 감을 슬퍼말고/ 환희로써 발심하여/ 무명업장 밝히 사면/ 무거운 짐 모두 벗고/ 삼악도를 뛰어넘어 / 극락세계 가오리다."라고 하여 몸 받고자 하는 집착(탐욕심)을 버리고. 내가 있다는 착각(사견)마저 버리면, 마음이 무명에서 벗어나 청정해져서 깨달음의 세계(극락)로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럼 어떻게 버리느냐? 어떻게 무명업장을 밝힐 수 있는가? 그 방법을 붓다께서 공개해 놓으셨다. 사마타[定]와 위빠사나[慧) 수행의 병행이다. 이것은 정혜상수定慧雙修 또는 지관겸수止觀兼修라고 한다.

 

죽는 순간

'수행한 만큼' 두려움은 없다

 

  그러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한 아나타삔다까 장자에게로 돌아와 보자. 장자에게는 큰 두려움이 엄습한다. "죽어서 다음생이 어찌 될지 무섭다."라고 토로한다. 마구 무너지는 몸이 고통과 다음 생生에의 두려움, 고통과 두려움, 이 두 가지가 그를 압도한다. 그러자 사리뿟따는 "그대는 삿된 의견이 없고, 삿된 계행이 없고, 삿된 말과 행위, 삿된 생계와 정진이 없었기에 걱정하지 말라."라고 한다. "그대는 부처님·담마·상가·바른 계행에 대한 아주 정확한 청정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 믿음에 대한 상기와 관찰로 두려움을 가라앉힌다. 즉, 그대는 정법에 따라 매우 잘 살았기에 악처에 떨어질 염려가 없고 이미 선처가 예약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붓다의 말씀대로 진솔하게 수행한 만큼, 죽을 때의 두려움은 그것에 비례하여 없어지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다음 생은, 이미 인과의 철칙으로 결정되어 있다. 전생의 결과로써 지금의 현생이 있듯이, 현생의 결과로써 내생이 있다. 그래서 원인과 결과는 불이不二, 둘이 아니다. 내가 살아온 방식과 살아생전 지은 업은 어디 가지 않고 업장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생에의 두려움을 먼저 가라않혀준 사리뿟따 존자는 이제 '죽음의 고통'을 타파하기 위해 설법을 시작한다. 존자는 임종의 고통 속 장자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을까? 죽음의 문턱에서 괴로워하는 신도, 도반, 그리고 나에게 아비담적 해법은 있는 것일까? 다음에 그 요지를 소개 합니다.

 

월간 통도

2023.04

Vol. 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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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연에선 여러 여성 주인공이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여성 관객을 중심으로 하는 종전 공연계에서는 자연스레 남성 배우 중심으로 공연을 많이 제작해 왔습니다. 최근 공연계에 일어나는 변화는 여성 서사가 더욱 확장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무대에서 사랑받는 여성 주인공을 다룬 세 작품을 만나봅니다.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 소송을 다룬 '호프'

뮤지컬 ‘호프’공연 장면. 오른쪽은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와 에스더 호프의 극중 캐릭터 '마리'. /알앤디웍스


뮤지컬 '호프'(다음 달 11일까지·서울 종로구 유니플렉스 1관)는 책과 한 여성의 인생을 둘러싼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입니다. 부제는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입니다. 이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미발표 원고를 두고 에바 호프라는 여성과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 사이에서 실제 열린 재판을 다루고 있습니다. 카프카는 '변신' '심판' '성' 등 현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소외, 외로움을 통찰하는 글을 쓴 작가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41세라는 이른 나이에 오스트리아 빈 근교 요양소에서 폐결핵을 진단받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작품은 카프카의 유작을 맡은 그의 친구 막스 브로트에게서 시작합니다. 브로트에겐 여비서가 있었는데, 그녀가 바로 뮤지컬 주인공인 에바 호프의 어머니, 에스더 호프입니다. 에스더 호프와 막스 브로트는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이 시작되자 이스라엘로 도망칩니다. 그들은 보관하고 있던 카프카의 여러 유작을 출판하면서 큰 명성을 얻죠. 자식이 없던 브로트는 죽기 전에 보관하고 있던 카프카의 미발표 유작을 에스더 호프에게 맡기고, 그 원고는 딸 에바 호프에게 전해집니다.

이후 원고의 소유권을 둘러싼 에바 호프와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의 오랜 재판은 결국 '카프카의 유산은 한 개인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읽혀야 한다'는 판결로 이어집니다. 2012년 이후 이스라엘 국립 도서관이 카프카의 원고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2018년 에바 호프는 세상을 떠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갔습니다.

이 사건을 배경으로 국내 제작진이 창작한 뮤지컬 '호프'는 서사가 잘 담겨 있는 가사와 조화로운 음악, 그리고 연출력이 돋보이는 무대 전환 등이 완성도를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엄마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끝까지 원고에만 집착한 에바 호프가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롭게 자신을 찾아간다는 메시지가 깊은 감동을 줍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고난과 외로움을 이겨내라고 이렇게 다독이지만 "넌 수고했다. 넌 충분하다. 넌 살아냈다. 늦지 않았다."

19세기 야한 상상하는 여성 이야기 '레드북'

뮤지컬 ‘레드북’ 공연 장면. 아래는 주인공 안나(왼쪽)와 안나의 연인 브라운. /아떼오드


뮤지컬 '레드북'(28일까지·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여성에게 금기시됐던 '야한 소설'을 쓰는 안나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여왕이 대영제국을 통치하던 시대였지만, 여성의 지위는 가부장제가 엄격한 조선 시대만큼이나 열악했습니다.

그 시대 영국에서 여성은 '집 안의 천사'라 불렸는데, 정숙한 아내와 현명한 어머니를 상징이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현모양처'쯤 됩니다. 남성이 바라보는 이상적인 여성상이자, 자신을 희생하고 가정을 가꾸는 여성을 숭고하게 부르는 이름이었지만 여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를 비롯해 당시 많은 여성은 '집 안의 천사'가 되기를 거부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유산을 받을 수 없고 자신의 신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금지됐던 이때, 안나는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고 "나는 야한 여자야!"라고 당당히 외쳤습니다. 그는 당당히 실명으로 '19금(禁)' 소설을 출간합니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출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안나는 고소까지 당합니다. 그러나 안나는 결코 자신이 '미쳐서' 한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이라고 세상에 외칩니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영국이지만 여성 인권 신장과 사회 참여라는 보편적 주제는 한국 관객들에게도 큰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슬플 때마다 야한 상상'을 하는 솔직하고 명랑한 '안나'라는 캐릭터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창작한 이 작품은 2017년 트라이아웃(시범 공연) 한국뮤지컬 대상, 차범석 희곡상 등을 받으며 세 번째 공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음악이 주목할 만한데요, '사랑은 마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등 세련되고 안정적인 멜로디의 곡들은 유튜브 조회 200만 회를 넘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공연과 별도로 '뮤지컬 넘버 감상회'가 열렸을 정도입니다.

나혜석의 인생 다룬 음악극 '소녀의 꿈'

나혜석이 그린 자화상(왼쪽)과 나혜석(오른쪽 위). 오른쪽 아래는 음악극‘소녀의 꿈’포스터. /위키피디아·금나래아트홀


우리나라 최초 여성 서양화가이자 여러 단편 소설과 시를 발표한 작가 나혜석은 1900년대 초반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를 자각하자고 큰 소리로 외친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당시 여성들이 교육받기도 어려웠던 시대에 동경사립여자미술학교에서 유학하고, 거침없이 자유연애를 했으며, 결혼 후 세계 여행을 떠났다가 이혼까지 이르죠.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은 많은 책과 공연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음악극 '소녀의 꿈'(지난달 26일·서울 금천구 금나래아트홀)은 가수 하림이 스토리텔러로 등장해 연주자들과 함께 나혜석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색다른 형식의 공연입니다. '신접살림 풍경' '사의 찬미' 등 음악을 배경으로 그가 남긴 저서 '이상적 부인' '이혼 고백서' '못된 감상기' 등의 주요 구절을 읊으면서 관객들에게 나혜석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왜 '현모양처라는 말만 있고 현부양부는 없을까'라는 나혜석의 질문은 지금도 되새김해 볼 만합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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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초이 앤 초이 갤러리 개관 전으로 한국을 찾았던 루이스의 두 번째 개인전 ‘스위트 앤 사워(Sweet and Sour)’가 4월 22일까지 열린다. 코로나19 시대 도시의 초상을 담은 신작 20여 점을 전시한다. 폭력과 마약, 섹스, 질병 등을 묘사한 강렬한 색채의 회화들은 놀랍게도 모두 작가가 직접 목격한 풍경의 재현이다. 환상과 사실이 혼재된 데일 루이스만의 우화적 리얼리즘이 캔버스 위를 수놓는다. 영국 작가 데일 루이스(43)의 눈에 비친 도시는 향락과 폭력, 불평등이 가득한 곳이다.

데일 루이스 ‘Flat Iron’ [사진 제공=초이앤초이]


   세계 최고가의 그림들이 거래되는 아모리쇼(Armory Show) 참석을 위해 뉴욕에 간 작가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만찬을 즐기는 부유층 손님의 테이블에 노숙자가 다가서자 경찰과 지배인이 광견처럼 돌변해 폭행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방관하는 손님의 무표정과 폭력으로 피 흘리는 노숙자가 대비되는 이 적나라한 풍경이 가로 3.4m 크기 초대형 회화 ‘Flat Iron’으로 재탄생했다.

   그의 그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코드는 또 하나 있다. 작가가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고전 작품을 찾아내는 것. ‘Flat Iron’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십자가 책형’에서 영감을 받았고, 마약에 중독된 청년을 그린 ‘Weeds’는 에곤 실레 자화상을 연상시킨다. 묻지 마 살인을 당한 담배를 피우는 여인을 그린 ‘Smoking Kills’는 중세 시대 흑사병처럼 묘사되기도 했다. 십자가를 비롯한 종교적 코드가 많이 숨지만 작가는 “현대 영국에서 기독교는 문화적 아이콘에 불과하다. 어디에나 있는 풍경이라 그림에 담겼을 뿐 종교적 의미를 담진 않았다”라고 했다.

데일 루이스 ‘Shells’ [사진 제공=초이앤초이]


   초대형 회화를 주로 그리는 그는 “1년 이상 고민하는 작품도 있을 만큼 작품의 구상에 골몰한다. 하지만 구상이 끝나면 붓을 들기만 해도 그림은 그려진다”라고 작업 방식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빈부격차는 너무 극심해졌다. 그림을 통해 상반된 가치와 이분화된 세상을 보여주려 했다. 부유층은 천박하게 흥청망청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고 가난한 이들은 연민 어린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의 캔버스에는 전시의 제목처럼 달콤함과 쌉싸름함,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작가는 “나는 눈으로 본 것을 그린다. 나 스스로는 이 그림이 폭력적이라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폭력을 과장하지 않고 그린 것이다. 그럼에도 이 모습들이 낯설다면 어딜 가나 흔히 존재하는 빈부격차가 인지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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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경매회사 크리스티

“한국, 신규 컬렉터 많은 젊은 시장 경기 침체에도 성장 가능성 높아”

‘큰손’으로 떠오른 한국 컬렉터… 세계 3대 미술품 경매사 모두 서울로 크리스티·필립스가 한국에 사무소 오픈 하였다.

세계적 경매 회사 소더비(Sotheby’s)가 서울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로써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 등 세계 3대 미술품 경매 회사가 모두 한국에 사무소를 두게 됐다. 경매 회사 현지 사무소는 해외에서 열리는 주요 경매를 홍보하고 고객 관리를 맡는다. 한국 컬렉터들이 이 세 회사가 집중 관리해야 할 정도의 ‘큰손’이 됐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경기 침체 불안에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드러낸다.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활발한 젊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의 경우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 경매 낙찰자의 62%, 필립스옥션은 40%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나왔다. 지난해 필립스옥션 한국사무소에 합류한 서민희 대표는 “한국의 젊은 컬렉터들은 작품 이해가 깊고 공부도 많이 한다”며 “이 같은 고객층이 불황에도 낙관적 미래를 점치는 이유”라고 말했다.


소더비는 8일(현지 시각) 향후 비전을 밝힌 ‘50 YEARS NEW IN ASIA’ 영상을 통해 “아시아 지역 고객층을 더 넓히고자 한다”며 “한국에 신규 사무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신임 대표로는 필립스옥션 한국사무소 대표를 지낸 윤유선 씨가 임명됐다. 소더비는 1990년 외국 경매 회사 중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발을 내디뎠지만 사업 부진으로 1996년 철수했고, 최근 한국 미술 시장의 비약적 발전을 계기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소더비 측은 본지 서면 질의에 “전통적인 센터를 넘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광범위한 접근 방식”이라고 밝혔다.

‘미술 1번지’ 홍콩의 정치적 혼란이 서울의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은 지속적으로 나왔다. 그러나 아시아 미술 패권의 대이동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세 회사 모두 여전히 홍콩에서 경매를 열고, 잇따라 홍콩 신사옥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관세 지역 홍콩을 중심으로 서울까지 발을 넓히는 전략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크리스티코리아 이학준 대표는 “서울이 홍콩을 대체한다기보다 각 도시의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은 초고가 미술품 및 보석 시장으로, 동시대 미술의 인기가 높은 서울은 현대미술 쪽으로 특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국내 최대 경매 회사 서울옥션은 소더비 측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호재 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시장 판이 커지려면 대자본이 들어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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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일본을 대표하는 팝아트 화가 무라카미 다카시(61)의 개인전이 한 달 연장된다.
이번 전시는 원래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태풍으로 미술관 건물에 빗물이 새면서 작가 측이 반발해 3개월 넘게 밀렸다. 전시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우여곡절 끝에 전시가 성사됐으나 기간이 짧아지면서 미술관은 1만 원으로 책정했던 관람료를 무료로 전환했다. 더 많은 시민에게 개방하겠다는 취지였다. 

무라카미 다카시 2022년작 '무라카미 좀비'


부산시립미술관은 “당초 12일 종료 예정이던 전시를 4월 16일까지 진행한다”라고 9일 밝혔다. 지난 1월 26일 개막해 평일 평균 2500명, 주말 평균 4000명 이상 찾아 현재 누적 관람객이 10만 명에 달하는 큰 인기를 고려한 것이다. 미술관 측은 “더 많은 시민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다카시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회화·조각·영상 등 170여 점을 선보이고, 아이돌 가수 지드래곤·탑 등의 소장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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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2023년작 유화 'Countryside -JA09'(72.7×60.6㎝). /청작화랑

  얼기설기 거칠지만 나름의 질서로 정돈된 뉴욕 사회를 어떻게 화폭에 옮겨낼까 고민으로 선택한 건 ‘나이프 칠’이었다. 나이프의 거침없고 속도감 넘치는 터치가 특유의 마티에르를 만들어내며 수많은 감정이 녹아든 인생사를 대변한다. 집들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포착해 낸 작품의 내면은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체 이상주의 신념’이 담겨 있다. 여러 집들은 크기는 같고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을 추구한다.

  작품은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 탄생했다. 1990년대 매너리즘을 탈피하고자 떠나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섬 동쪽 지구에서 산 흔적이다. 2004년부터 2년간 뉴욕에서 지하철로 이동 중 우연히 차창 밖의 스치는 집들에 눈길이 쏠렸다. 하얀 집은 백인, 까만 집은 흑인, 노란 집은 동양인... 서로 다른 형상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마치 여러 인종이 한데 어우러진 뉴욕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체 없이 작업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그 영상 속의 사람들을 그려 나아간 작업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집’의 화가 김명식(74)씨의 개인전 ‘행복이 가득한 집’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신작 유화 스물여섯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금은 경기도 용인 전원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의 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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