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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 교정을 가능하게 하는 리보핵산(RNA) 기반 인공 제한효소. DNA를 자르는 절단 효소(단백질)와 크리스퍼 RNA(crRNA)를 붙여서 제작합니다. 길잡이 역할을 하는 RNA가 DNA 염기서열 중 목표한 위치에 달라붙으면 단백질이 DNA를 잘라냅니다.
크리스퍼는 '짧은 회문구조 반복 서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CRISPR)'이라는 전문용어의 줄임말로, '유전자 편집 기술'이란 뜻입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이전부터 노벨상 수상이 예견되었을 정도로 현대 과학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2020년 노벨 화학상은 유전자를 교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와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장이 공동 수상하였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 2012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DNA(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를 자유자재로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 캐스 유전자 가위' 기술을 발표도 하였습니다.


​유전자 자르는 가위 '캐스'

 '유전자 가위'는 무엇일까요? 일반적으로 가위는 무언가를 자르는 역할을 합니다. 유전자 가위도 특정 유전자를 자르는 역할을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물론 실제 가위처럼 생기지는 않았고, 유전자를 구성하는 분자 간 결합을 끊는다는 뜻으로 가위라고 부르는 겁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단세포 생물인 세균(박테리아)의 방어 체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세균은 체내에 바이러스나 외부 DNA가 침입하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특수한 단백질 효소(제한효소)를 만드는데요. 이때 이 효소는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해서 그 부분이나 주변을 절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1962년 스위스 생물학자 베르너 아르버가 밝혔는데, 베르너는 이 공로로 197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지금까지 200여 종류의 서로 다른 부위를 인식해서 절단하는 특수 효소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고분자 화학물질인 DNA

현미경이 발달하면서 과학계에서는 세포 내부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무슨 기능을 하는지 탐구가 끊임없이 이뤄졌습니다. 1833년 세포의 핵이 발견되면서 과학자들은 모든 생물은 세포 안에 고유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유전정보 전체를 유전체라고 부릅니다.
1953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세포의 핵 속에 있는 유전체인 DNA의 구조를 밝혀 냈었읍니다. DNA가 염기, 당, 인산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뉴클레오티드'가 두 가닥의 사슬 형태로 연결돼 있고 이것이 이중나선 구조로 꼬여있다는 겁니다. DNA 염기는 아데닌(A)과 구아닌(G), 사이토신(C)과 티민(T)이라는 네 종류가 있고 A는 항상 T와, C는 G와 결합하지요. 이때 염기가 배열된 순서인 염기서열에 따라 유전정보에 차이가 생겼습니다.
​이렇듯 DNA는 여러 화학적 결합으로 만들어진 고분자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생물학자뿐 아니라 많은 화학자들도 연구에 매달리고 있답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이 노벨 생리의학상이 아니라 노벨 화학상을 받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편집 기술 시대 열려

그런데 이런 유전자 가위 기술은 염기서열이 방대한 유전체 내에서는 적용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효소가 인식할 수 있는 염기서열의 범위가 작아서 절단을 원치 않는 유전자인데도 절단되어 버리는 경우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과학자들은 원하는 유전자 부위만 딱 집어서 자를 수 있는 획기적인 유전자 가위를 찾기 위해 노력하였읍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를 거쳐 오류 가능성을 4조 4000만 분의 1까지 낮춘, 정확하고 빠르고 저렴한 '크리스퍼' 기술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역시 세균의 방어 체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외부 DNA가 체내에 침입하면 세균은 침입자의 DNA 일부를 잘라낸 뒤 그 조각의 일부를 자신의 염색체 안에 집어넣는데, 이 원리를 응용한 것입니다. 똑같은 적군이 다시 침입할 때를 대비해 그 서열을 기억해 두는 겁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크게 크리스퍼 RNA(리보핵산)와 특수 효소인 캐스(Cas) 단백질로 구성되어 있고 크리스퍼 RNA는 특정한 DNA를 찾아가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캐스(Cas) 단백질이 원하는 부위의 화학적 결합을 절단하는 '공동 작전'을 펼친답니다. 이렇게 하면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DNA를 찾아서 손쉽게 절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자리에 원하는 유전자를 넣을 수 있습니다. 자르는 것뿐만이 아니라 붙여넣기도 가능한, 말 그대로 유전자 편집 기술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실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유전 질병 치료에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지난 2018년에는 중국 남방과기대 허젠쿠이 교수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해서 논란이 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인간 배아를 활용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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