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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건물을 아울러 전각殿閣이라고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전殿은 위계가 높은 건물을 이른다. 대표적인 예가 대웅전과 영산전, 관음전 등이다. 이곳은 불보살님을 모시고 있는 곳이므로 신앙의 공간이 되고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구조나 장엄이 다른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앞서 언급했듯 대웅전은 부처님의 전신사리를 모신 곳으로 별도의 불상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제외하고 나머지 주요 전각과 불보살님을 알아보고자 한다.

 

 

응진전의 십육나한

부처님을 항상 따르던 상수제자가 경전에 1,250인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들 가운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제자가 십육나한이다. 십육나한을 봉안한 법당을 나한전, 응진전, 도는 십육성전 이라고 하는 데 모두 같은 의미이다. 부처님의 가장 대표적인 제자를 더 줄여서 말할 때는 십대제자를 들기도 하지만 나한전에 봉안되는 제자상은 십육나한이 보편적이다. 나한은 부처님으로부터 고苦, 집輯, 멸滅, 도道 사제의 법문을 듣고 진리를 깨친 분을 이른다. 진리에 응하여 남을 깨우친다는 뜻에서 '응진 應眞'이라고 하기 때문에 나한을 모실 예배 공간을 응진전이라고 한다.

응진전

특히 십육나한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열반하신 이후 미륵부처님이 출현하기 전까지 열반에 들지 않고 불법을 수호하도록 하는 위임을 받았기 때문에 응진전 안에서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나한들이 옹호하고 있는 모습의 후불탱이 모셔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에는 <백호도>, 외벽에는 <교족정진도>와 육조해능이 의발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치열한 정진을 하는 수행자의 모습을 강조하며 아라한과를 얻는 구도행을 표현하고 있다.

 

명부전의 지장보살

지장보살은 도리천에서 석가여래부처님의 부촉을 받고 매일 아침 선정에 들어 중생의 근기를 관찰하여 석가여래부처님이 입멸한 뒤부터 미륵불이 출현할 때까지 천상에서 지옥까지의 일체중생을 교화하는 대자대비한 보살이다. 다른 불보살의 원력과 다른 점으로 첫째는 모든 중생들 특히 악도에 떨어져서 헤매는 중생과 지옥의 고통을 받으며 괴로워하는 중생들 모두가 빠짐없이 성불하기 전에는 자신은 결코 성불하지 않을 것을 서원誓願함이요, 둘째는 누구든지 업보에 의해 결정된 괴로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인데 지장보살에게 귀의하여 해탈을 구하면 정해진 업을 모두 소멸시켜 악도를 벗어나서 천상락을 누리고 열반의 길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신라시대 이후로 가장 일반적인 신앙으로 신봉되었고, 특히 죽은 사람을 위한 49재 때에는 절대적인 권능을 가지는 보살로 받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장보살의 원력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지장보살신앙이 성행하여 대표적인 불교신앙 중의 하나로 유포되었다.

 

대광명전의 비로자나불

불신은 그 성질에 따라 세 모습으로 나눌 수 있다. 법신불 · 보신불 ·화신불이다. 법신불은 영겁토록 변치 아니하는 만유의 본체인 이불理佛, 보신불은 인因에 다라 나타나는 불신으로서 수행정진을 통해 얻어진 영원한 불성, 화신불은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불신으로 화현한 역사적 부처님이다. 대표적인 법신불은 비로자나불, 보신불은 아미타불, 약사여래불, 노사나불을 말하며 화신불은 석가모니불과 미륵불이 해당된다. 대광명전에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이 모셔져 있다.

 

《통도사약지》에 따르면 대광명전은 통도사 창건 당시에 초창 하였다고 전한다. 자장 스님이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지고 온 대장경 400함 가운데 화엄경 사상을 바탕으로 세워진 건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부에는 《화엄경》의 주불主佛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시고 있다. '비로자나'는 광명의 빛을 두루 비춘다는 '광명변조'의 듯을 지닌다.

 

용화전의 미륵불

석가모니부처님에게서 미래에 부처님이 될 것이라는 수기를 받아 앞으로 출현하실 분을 미륵불이라고 한다. 미륵불이 출현하는 시기는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열반하고 나서 56억 7천만 년이 지난 후이며, 이때까지 도솔천의 보살로 머물면서 중생을 교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륵부처님을 보살이라고도 하고 부처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미륵불이 하생下生하실 곳은 용화수 아래이므로 미륵불을 모신 법당을 용화전 또는 미륵전이라고도 한다. 통도사 용화전에 모셔진 미륵불은 여타의 일반적인 불상과 다르게 하얀 호분칠이 되어 있다.

 

관음전의 관세음보살

관음전 내부 벽면에는 보타락가산에 계신 관세음보살에게 남순동자가 법을 묻는 장면이 그려져 있고 32응신을 상징하는 여러 모습의 관세음보살을 표현하였다. 관세음보살은 일반인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보살님 중 한 분이다. 관세음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펴본다는 뜻으로 자비의 화신인 관세음보살에게 기도하면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법화경》「관세음보살보문품」에는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 중생이 갖가지 괴로움을 당할 적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한마음으로 그 이름을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음성을 관하고 곧 해탈하게 하느니라."라고 관세음보살의 위신력에 대해 설하고 있다. 이렇듯 관세음보살은 시방 국토에 32응신을 나투어 중생을 구제하는 대자대비하고 원력이 바다와 같이 깊으신 보살이다. 관음신앙은 삼국시대부터 고려, 조선시대 및 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신봉하는 신앙으로 관음전은 불자들이 많이 찾는 전각 중 하나이다

 

영산전의 노사나불

경전에 의하면 노사나부처님은 무량한 공덕을 완성하고 무변 중생을 교화하여 정각을 이루었다. 온몸의 털구멍에서 화신化身을 나투어 중생을 교화하여 광대무변의 부처님으로 묘사되고 있다. 《범망경》에 따르면 천엽연화대의 단상에 결가부좌하고 있으며 왼손은 무릎 위에, 그리고 오른손은 가볍게 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삼천대천세계의 교주이며 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노사나불이 앉아 있는 연화대 주위에는 천千의 꽃잎이 열려 있고 그 꽃잎 하나하나는 각각 일백억의 국토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 국토의 주재자가 곧 노사나불로 현재 색계色界의 맨 위층인 대자재천궁大自在天宮에서 설법하고 있다.

 

앞서 언굽한 삼신불이 이를 때 청정법신 비로자나불, 원만보신 노사나불, 천백억화신 석가모니불 세 분을 말하는데, 여기서 노사나불은 보신불이다. 영산전에는 <팔상성도>를 비롯한 여러 탱화와 함께 전각 내부에 화려한 벽화들이 온전히 남아 있다.

 

극락보전의 아미타불

법당에서 서방정토 극락세계의 교주이신 아미타불과 좌우에 협시보살로 관음, 세지 보살상을 봉안하였다.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아미타불은 과거 인행 시 법장비구로서 48대원을 성취하여 성불하였으며 극락세계를 장엄하여 누구든지 일념으로 아미타불을 열 번만 부르면 극락세계에 왕생케 한다는 일념왕생원의 믿음을 지니는 부처님이다.

 

즉 아미타불은 한량없는 빛으로서의 '무량광' 또는 한량없는 생명으로서의 '무량수' 등으로 번역되므로,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경우 '수광전'이란 현판을 갖게 되었다. 불교신앙의 종교적 이상국토를 관장하는 부처님이 아미타불이며, 이를 상징하는 전각이 극락전이며 무량수전이라고 할 때도 있다.

 

약사전의 약사여래불

《약사경》에 의하면 약사여래는 과거 보살행을 닦을 때 중생의 질병을 치료하고 고뇌를 제거한다는 내용을 담은 12가지 서원을 세워 부처님이 되었다. 따라서 약사여래는 현세 이익적 성격이 강한 부처님으로 특히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대중들의 간절한 바람 속에 널리 신앙되었다.

 

'약사십이대원'의 공덕으로 성불하여 중생의 병고를 치료하므로 '대의왕불'이라고도 한다. 약사여래가 머물고 계신 곳은 청정하고 안락한 동방유리광세계라고 하며,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이 협시로 등장한다. 그리고 호법신장으로는 12신장이 출현한다고 한다. 보통 약사여래가 불상이나 불화로 표현될 때는 왼손에 약합藥盒을 지니는 것을 징표로 하며 약사전에 모셔진다. 통도사 약사전에 모셔진 약사여래불도 약합을 들고 있다.

 

산령각의 산신

산령각과 삼성각은 가람배치상 상로전의 가장 위 모퉁이에 자리하고 있다. 우선 산령각은 이름처럼 산령(산신령, 산신)을 모신 곳으로 산신각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산신에 대하여 오해가 적지 않다. 즉 산신이 원래 불교와 관계가 없는 토속신이었으나 불교가 재래 신앙을 수용할 때 호법신중의 하나로 삼아 불교를 보호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부여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견해가 나름대로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는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 일컬어지는 산신에 대한 개념의 근거는 화엄법회에 동참했던 39위의 화엄신중 가운데 제33위에 엄연히 나타나 있다. 그러므로 산신을 불교와 관계가 없는 토착신앙만으로 보는 견해는 재고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석문의범》의 산신청 '가영'에 산신을 "옛날 옛적 영취산에서 부처님의 부촉을 받으시고, 강산을 위진하며 중생을 제도하고 푸른 하늘 청산에 사시며, 구름을 타고 학처럼 걸림 없이 날아다니시는 분"이라고 찬탄하고 있는 것으로도 불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부에는 산신령이 호랑이를 거느리고 근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또 삼성각에는 보통 산신, 독성, 철성을 모시는데, 통도사는 산령각에 산신을 모시고 있으며 삼성각에는 고려시대 이후 존중받은 3대 화상인 지공, 나옹, 무학대사의 진영을 봉안하고 있다. 중앙에 석조독성 좌상과 독성탱화를 모셨고 오른쪽에는 삼성탱화, 왼쪽에는 칠성탱화를 봉안하여 복합적 기능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각이다. 특히 삼성각에는 구하 스님이 쓰신 주련이 걸려 있는데 그 내용이 삼성각의 의미를 잘 전하고 있다.

 

松巖隱跡經千劫(송암은적경천겁)

송암에 자취를 숨기고 천 겁을 지내고

 

生界潛形入四維(생계잠형입사유)

중생계에 모습을 감추고 사방으로 왕래하네

 

隨緣赴感澄潭月(수연부감징담월)

인연 따라 감응함은 맑은 못에 달 비치듯

 

空界循環濟有情(공계순환제유정)

허공계를 순환하며 중생을 제도하네

 

 

도량을 옹호하는 가람각

가람신伽藍神은 도량을 지키는 사찰의 토지신이다. 일반적으로 한국불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으나 신중청에 '하계당처 토지가람'으로 빠짐없이 등장한다. 가람각은 천왕문의 남동쪽에 근접해 있는 가장 작은 4면 단칸의 법당으로 도량의 수호를 위해 가람신을 모시고 있다. 가람각에서는 매해 가람기도를 봉행하는데, 이 기도에는 주지 스님과 노전 스님 두 분만 참석한다. 섣달 그믐 밤 11시에 시작하여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데, 도량의 안정을 발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권으로 읽는 통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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