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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장보살은 부처님의 깨달음 속에 내재하는 견고한 성품을 상징하는 보살이다. 금강은 금강석처럼 굳세고 빛나는 성품을 뜻하고 장은 창고나 곳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부처와 중생의 마음에 똑같이 금강과 같은 원각의 성품이 감추어져 있음을 뜻한다.


금강장보살장에서는 본래 성불과 무명 곧 미혹의 본질을 묻고, 묻는 뜻에 답해 의심을 끊어 주는 내용이다. 문수장에서는 "무명을 영원히 끊고 바야흐로 불도를 이룬다." 했고, 보현장에서는 "무시의 허깨비 같은 무명이 원각심으로 건립되었다"라고 하여 무명의 허물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 끊어 없애라고 권했으며 보안장에서는 "중생이 본래 성불이며, 생사와 열반이 마치 어젯밤 꿈과 같은 줄 비로소 안다." 하여,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다고 하였다. 전후가 상반되어 어긋나기에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에 금강장보살이 보안보살을 이어 세 가지 의문을 일으켜 부처님께 의심을 결정해 주실 것을 청한다.


첫째는 중생이 본래 부처라면 무슨 까닭으로 무명이 있게 되었는가, 둘째는 무명이 있는 것이라면 어찌 본래부터 부처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셋째는 본래 부처였던 중생이 무명을 일으켰다면 부처도 다시 번뇌를 일으켜 무명이 될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여 질문을 한다.


함허 스님은 게송에서 "중생과 부처에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의심하니, 만일 크게 깨친 이가 아니면 누가 능히 가려낼 것인가, 닭이 한번 홰를 치자 바야흐로 꿈을 깨고, 뜬구름이 흩어지자 달이 뚜렷이 나타나도다."라고 송 했다.
부처님께서 질문에 답해 주는 이 마음은 무차대비, 곧 모든 이를 차별하지 않고 절대 평등의 자비심으로 중생들을 위해 베푸는 마음으로서 무연자비와 같은 의미다. 부처님은 그러한 대비심으로 의심을 풀어 주신다.


금강장보살의 세 가지 물음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우선 망령된 견해로 원각의 경지를 따지고 분별하려는 어리석음을 경책하시고 윤회에 대하여 답하신다. 일체세계 시종생멸 전후유뮤 취산기지염념상속, 곧 시간적으로는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생각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공간적으로는 세계가 있다가 파멸되고 다시 모였다가 사라지기를 되풀이하는 틀 속에서, 망념에 의거해 미혹한 업을 계속 익혀 과보에 응하는 것이다. 마치 바퀴 돌듯 끊어짐이 없고, 나와 나의 것에 집착하여 몸의 고통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기뻐하며, 취하고 버리는 모습이 윤회의 모습이라고 답하신다.


눈을 가림과 허공 꽃이 서로 마주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리움이 허공 꽃과 더불어 연관되어 연속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허공 꽃이 실로 생긴 것이 아니기에 서로 연관되어 일어난 것이 아니다. 비록 마음으로 하여금 미혹하게 했을지라도 생사는 또한 적적 함이요, 다만 미혹을 반연 한 까닭에 허망하게 생사와 같을 뿐으로, 중생이 본래 생긴 것이 아니요 허공 꽃도 필영에는 일어나지 않은 것이니, 눈병으로 생긴 가림으로 생겼다 하지 말고, 미혹으로 생사가 생긴 것이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허공에 본래 꽃이 없는 줄 안다면 어찌 중생이 본래 성불했다는 것을 의심할 것이며, 또한 만약 허공 꽃이 눈병 때문에 보이는 줄 안다면 어찌 성불한 뒤에 번뇌가 다시 일어난다 의심할 수 있겠는가. 여래께서 선교방편을 개시하여 허공 꽃 비유로 세 가지 의문을 단박에 해결한 것이다.


또한 중생이 이미 허공 꽃이 일어난 것과 같으니 무엇을 들어 다시 무명을 물을 것이며, 무명과 생사가 이미 공한데 어찌 본래 성불을 질책할 수 있겠는가. 허공 꽃은 마침내 다시 일어나지 않으며, 원각에서 다시 미혹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중생이 어리석을 때 나고 죽음을 보는 것이 허공꽃이 일어남과 같고, 중생이 깨달아 열반을 얻을 때에는 나고 죽음이 사라지는 것이 허공 꽃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문에 "생사와 열반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불정경」에 "허공이 대각 중에서 발생했으며, 고요히 비추어 허공을 포함했다."고 한다. 그러나 허공이 대각 중에 있을지라도 허공은 항상 고요하거든, 하물며 대각이 허공의 성품이 된다 해도 늘거나 줄어듦이 없다는 것이다. 금광은, 부처님이 다시 미혹하지 않는다는 물음에 답한 비유다. 보안보살장에서, 중생 본래성불의 뜻으로서, 허공 꽃은 시종 본래 없는 것이요, 광석은 곧 녹임으로 인해 잡된 성분이 사라짐이라, 이는 다생토록 장애 된 습기를 제거함으로 해서 참된 성품이 드러나 구경에는 청정하다는 것이다. 미혹과 깨달음 그리고 인과의 상이 없다고 하면 잘된 견해로서, 중생의 깨달음 성품이 본래 부정해서 참된 성품이 본성을 잃었다고 하면 잘못된 견해다.


경문의 비유를 요약하면, 어떤 사람이 광석을 단련해서 금을 얻는 것으로서, 금광이 없었으면 단련해도 금을 얻을 수 없으니, 만약 광석을 녹임으로써 금을 얻었다고 한다면 비록 화로나 풀무를 이용해서 융해하고 녹일지라도 금의 성품은 모름지기 본래 있는 것이요, 금은 녹여서 짐짓 있게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금강삼매경」에 "옛적에 미혹도 짐짓 없게 한 것이 아니요, 지금의 개달음도 짐짓 개달음에 들게 한 것 아니다."라고 이른다. 그래서 금은 법신에 비유하고, 단련해서 출현한 것은 보신에 비유하며, 고리나 팔찌 등 백천 가지를 만든 것은 화신에 비유가 되겠다. 광석 중에 비록 금이 있지만, 녹이지 않으면 금은 나오지 않듯이, 비록 불성이 있으나 수행하지 않음 성불할 수 없다는 도리다.

정리하면, 비록 광석을 녹여 순금을 이루었으나 순금은 본래 순금 그대로 여여하기에 녹여서 순금을 만들었다고 말해서는 안 되듯이, 여래의 개달음은 허깨비가 본래 허깨비 아님을 실현했을 뿐 허개비를 끊고 따로 얻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깨달은 마음을 근본으로 삼고 뒤에 바야흐로 자취를 털어 내지만, 그것을 끊어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요, 다만 허깨비를 여윌지언정 깨닫는 마음이 없는 것이 아니다. 곧 번뇌와 생사를 굴려 보리와 열반에 이른 것으로서, 근본은 진실됨에 곧장 나아갔지만 이는 망령된 것으로 인해 얻었다 하리라. 그래서 「화엄경」에 "법에 만약 보는 것이 있으면, 이는 곧 보았다 할 수 없음이라, 만약 본 것이 없다는 것은 이와 같이 바로 부처를 본 것이다."라고 이른다.


몸과 마음과 언어가 모두 귾어졌다는 것은, 몸과 마음 모두가 공적한 무위의 열반 경계에 돌아간 회신멸지의 경지며, 그를 친히 증득해서 얻은 것은 열반이다. 그러한 경지에서 사유가 있는 마음 곧 윤회의 마음으로 여래의 경계를 헤아린다면, 이는 마치 반딧불로 수미산을 태우는 것이며, 「법화경」에서는 "대지에 모든 사리불과 같은 이가 함께 헤아릴지라도 능히 알 수 없으며, 모든 실발의 보살 곧 보리심을 처음 일으킨 보살과 불퇴등 보살도 헤아릴 수 없다."라고 이른다.


모든 보살과 말세의 중생들이 먼저 끝없이 오랜 윤회의 근본을 끊어야 한다는 것은, 앞에서 문수보살의 물음에 "먼저 무명을 끊으라."는 것이 답한 경문이다. 사유심이 있게 되면 깨달음을 증득한 것이 아닌데, 이 마음은 일찍이 허공 꽃과 같아서 스스로 실체가 없는 것이다. 위로 향해 다시 증득을 구하고자 한다면 허공 꽃에 열매를 맺게 하는 것과 같다 하리니, 곧 들뜬 마음으로 교묘한 견해를 내어서는 깨달음을 증득할 수 없으리라.


앞에서는 선재 곧 훌륭하다 칭찬하고, 여기서는 옳지 않다고 질책한 것은, 질문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말세에 오래도록 미혹할 것이므로 칭찬한 것이요, 비로소 질문을 일으킨 공덕으로 부처님의 질책에 있어 이치가 드러난 것이다. 듣고 아는 것, 따져서 아는 것은 모두 분별망상이며 허개비로서, 이런 소견이나 방법으로 수행을 삼는 지해종사, 곧 알음알이로 따지고 분별하여 지식으로 가르치는 이를 경계해야겠다. 

 

그래서 선원 입구에 '입차문내 막존지해', 곧 이 문에 들어오는 이는 지해 곧 알음알이로 분별심을 일으키지 말라는 경각심을 일깨운 편액이 있다. 더불어 일찍이 선사들은 막망상 곧 허개비 같은 망상심을 일으키지 말라고 경책 한다. 환상이 없는 활안 곧 뛰어난 안목으로 닿는 곳마다 참됨을 구현하는 대자유의 삶을 대혜 선사는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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