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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대웅전은 상로전의 중심 건물로 금강계단과 함께 1997년 국보 제290호로 지정되었다. 신라시대에 자장율사에 의해 초창된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중건과 중수를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의 모습은 임진왜란으로 인해 소실된 것을 조선 인조대에 우운대사가 중건한 것이다. 임진왜란 이전의 통도사 대웅전과 관련된 자료는 통도사성보박물관에 소장된 '정통원년명 풍탁'이 유일하다. 이 풍탁의 표면에는 "정통 원년병진유월일 사리전풍탁조 회주□□ 시주이영공송문"이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어, 풍탁이 1436년에 지금의 대웅전인 사리전의 풍탁으로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내용을 통해 임진왜란 이전 '사리전'으로 불리다가 1645년에 중건되면서 '사리각' 또는 '대법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 시기에는 대웅전이라는 명칭이 현 영산전의 다른 이름으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18세기에서 19세기 초에 조성된 영산전 소재 불화의 화기에 봉안처를 대웅전이라고 기록한 것을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통도사 전래 기록과 여러 유물에서 보이는 단서를 종합해 볼 때, 현재의 대웅전에 지금과 같이 대웅전이라는 이름이 정착된 시기는 19세기 말경으로 파악된다.

통도사 금강계단

  현재의 대웅전은 건물의 네 면에 동쪽 대웅전, 남쪽 금강계단, 서쪽 대방광전, 북쪽 적멸보궁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와 같이 건물의 네 면에 편액을 거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또한 그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정면처럼 보인다. 통도사 대웅전이 독특한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은 자연 지형의 제한으로 인해 동서 방향을 축으로 확장 · 전개된 통도사의 가람배치 및 진입 방향과 관계된 것으로 해석한다. 대웅전은 금강계단의 전면에 배치된 불전이기 때문에 방향을 엄격히 따지면 정면은 남향한 건물이다. 

 

  이에 비해 사찰의 진입 방향은 동쪽이기 때문에 만약에 통도사 대웅전이 일반적인 불전 형식으로 건립되었다면 참배객들은 대웅전의 정면이 아니라 동쪽 측면을 마주하며 진입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대웅전을 출입할 때 측면으로 들어선다면, 사찰의 핵심 불전이 갖춰야 할 중심성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통도사 대웅전의 정면과 측면의 구별을 배제한 '丁' 자형 지붕을 취하게 되고, 이것은 자연 지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안된 형식으로 판단된다. 이렇게 완성된 통도사 대웅전은 동서 축으로 확대된 가람배치로 인해 남향인 주불전이 전가된 이질성을 제거하고 사찰의 핵심 불전이 갖춰야 할 중심성을 유지하게 되었다.

 

  대웅전 건축은 정면 3칸, 측면 5칸의 단층 건물로, 마치 두 개의 건물을 결합한 듯하다. 통도사 대웅전 공포의 형식과 양식은 조선 중기 불전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丁' 자형의 독특한 지붕에는 북쪽을 제외한 세 면에 합각이 하나씩 설치되며,  '丁' 자의 용마루가 맞닿은 위치에 청도 보주를 장식하였다. 기와는 일반 기와와 더불어 일부 청동암막새와 철기와가 혼용되었다. 이처럼 청동기와와 철제기와가 사용된 중붕 현존하는 국내 건축물 가운데 유일한 사례이다. 

 

  막대기와 위에는 백자연봉이 설치되어 있다. 백자연봉은 불전에 장엄미를 더하고, 기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시킨 방초정의 광두가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건물의 기단 네 모서리에 활주를 배치하여 추녀를 받치고 있는데, 활주의 끝에는 연화물을 새겼고 단면은 팔각형이다.

 

  내부의 천정은 우물천장으로 높낮이가 다른 단을 두어 중앙을 가장 높게 처리하였다. 장귀틀과 동귀틀 및 소란반자에는 연화문, 국화문, 모란문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내부 바닥은 현재 우물마루가 깔려 있다. 기단은 지대석 위에 탱주가 모각된 면석面石과 갑석甲石으로 구성된 가구식 기단이다. 동쪽과 남쪽의 면석 및 계단 소맷돌에 새겨진 독특한 화문花紋을 근거로 대웅전 기단을 신라시대 원형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통도사 대웅전 벽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서측의 금강계단 쪽 2칸에만 토벽을 두고 나머지 모든 벽에는 창호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북측면 어칸의 창방과 중방 사이에는 창문을 마련하여 건물 내부에서 금강계단이 보이도록 하였다. 이처럼 대부분의 벽체를 창호로 처리한 것은 원활한 통풍과 채광을 의도한 설계로 의식과 예배 중심 공간이 통도사 대웅전의 기능적 특징이 반영된 것이다.

 

대웅전 사방 편액의 의미

동쪽 대웅전 大雄殿

대웅大雄은 큰 영웅을 뜻하는데 불교에서 가장 큰 영웅인 석가모님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사찰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불전을 이르는 말이다.

 

 

 

서쪽 대방광전 大方廣殿

대방광은 부처님의 진리를 표현하는 말이다. 대방광전은 진리요, 우주의 본체인 법신불이 상주하는 도량이라는 뜻이다.

 

 

 

남쪽 금강계단金剛戒檀

금강은 절대 깨지지 않은 것을 의미하고 계단은 수계를 받는 단을 말한다. 금강계단은 금강과도 같이 계율을 지킨다는 뜻으로 통도사가 계율도량임을 밝히고 있다.

 

 

 

북쪽 적멸보궁 寂滅寶宮

적멸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설법을 펼친 보리수 아래의 적멸도량을 뜻한다. 불멸 후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절, 탑, 암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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