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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지문은 기본적으로 모두 다르고 평생 변하지 않는다. 어떤 두 사람의 지문이 우연히 같을 확률이 약 870억 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지문

  지문은 임신 4개월째에 유전자 형질에 따라 만들어진다. 이때 압력의 비율, 태아의 위치 등이 영향을 미친다. 자궁 속에서는 지문이 형성될 때 돌연변이가 진행된다. 그래서 물려받은 유전자(DNA)가 같은 일란성쌍둥이일지라도 지문이 다르고, 왼손과 오른손이 다르고, 동양계와 유럽계 간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문(fingerprint)은 말 그대로 손가락 안쪽 끝에 있는 살갗 무늬나 그것을 찍은 흔적을 말한다. 손가락뿐 아니라 손바닥(손금으로 알려진 장문·掌紋), 발가락과 발바닥(족문·足紋)에도 작은 산과 계곡 모양 무늬가 있다.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발바닥을 찍어 아이가 바뀌는 것을 막는 것도 발바닥에 무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문의 특징 때문에 범죄 수사나 개인 인증에 사용된다. 또한 사인 대신 도장의 사용이 더 일반적인 한자 문화권에서는 ‘서명’과 같은 의미로 도장이 없을 경우 지장을 찍는 관습이 있었다.

  세계 인구 중 지문이 일치할 가능성은 640억분의 1 정도라고 한다. 우연이라도 지문이 같을 확률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이렇게 개인별로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지문은 크게 고리형(발굽형), 소용돌이형, 아치형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우리가 물체를 잡으면 표면에 지문이 남는다. 손가락 표면 땀구멍에서 분비되는 지방이나 단백질 같은 체내 물질이 남는다. 피부는 늘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수분과 기름을 분비되어 범죄자들이 물체를 잡을 때 장갑을 끼는 것은 바로 자신의 지문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이다.

  지문은 범죄 사실을 입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지문만으로 흡연자나 마약 복용자도 판별할 수 있고 흡연한 사람의 지문에는 니코틴이 체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변환된 물질인 ‘코티닌’이 많이 들어 있다.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복용한 사람의 지문에도 그 성분이 나타난다. 그래서 스포츠 선수가 약물을 썼는지 확인하는 도핑 테스트에 지문을 사용한다.

  사실 지문이 만들어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100년 동안 과학자들 사이에 알려진 정설은, 지문이 손가락과 물체 표면 사이 달라붙는 마찰력을 높여서 미끄럼을 방지하고 물건을 더 단단히 붙잡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발바닥 주름 역시 수영장 등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직접 실험을 통해 나온 결과는 아니지만 오래도록 굳어온 정설이다.

  2009년 영국 맨체스터대 생체역학자 롤런드 에노스 교수팀이 특수 장치를 개발해 실험해 본 결과, 지문이 있을 때 오히려 물체와 손 사이 마찰력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지문이 생겼다는 기존 주장이 틀린 셈이다. 지문 사이에 미세한 홈이 있어서 물체와 접촉면이 적어져 마찰력도 줄어든다는 게 에노스 교수의 설명이다. 마찰력은 접촉면이 넓어질수록 더 커지기 때문에 손에 지문이 없을수록 접촉면이 더 넓어지고 마찰력도 커진다는 것이다. 이후 교수팀은 지문이 마찰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촉각을 예민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해답을 찾아낸다. 지문 홈이 손끝 물기를 빠지게 하는 배수로 역할을 해 젖은 표면을 잘 붙잡도록 해주고, 물체를 만질 때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또 지문이 손이나 발바닥에 대한 충격을 줄여줘 거친 물체를 잡아도 손이나 발에 물집이 잘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고 한다.

  지문은 동물에게도 있다. 모든 동물은 아니고 원숭이·침팬지·오랑우탄처럼 손바닥에 땀샘이 있는 영장류에게 있다. 동물의 지문은 사람과 구별하기 힘들 만큼 닮았다.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은 지문이 없지만, 코 부근에 비문(鼻紋)이라는 게 있다. 지문처럼 선천적으로 생겨났고,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 비문도 동물마다 모양이 다 달라서 미래에는 반려 동물의 비문을 등록해 실종 동물의 가족을 찾을 때 쓸 수도 있다 한다.

  지문의 역할도 사람과 같고 놀라운 사실은 유일하게 영장류가 아닌 유대류 코알라에게 지문이 있다는 것이다. 코알라는 독이 든 유칼립투스 잎만 먹고 산다. 약 700종 되는 유칼립투스 속(屬) 가운데 독성이 낮은 30여 종만을 먹이로 선호한다. 이 독성 낮은 잎을 골라 먹기 위해 섬세하게 촉감을 느낄 지문이 발달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지문을 진화시킨 것이다.  코알라는 뛰어난 후각을 이용해 먹기 적합한 유칼립투스 잎을 고르기도 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왜 굳이 지문의 역할을 밝히려는 걸까?  일반 사람들이라면 지문이 있는 이유가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라면 어떻고, 손발에 상처 나지 않기 위한 것이라 한들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과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지문의 역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해야만 의수나 로봇 손의 기능을 진짜 손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사람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고, 감각을 느끼게 하는 데 지문이 그만큼 중요한 열쇠라고 한다. 사람 손의 섬세한 기능을 흉내 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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