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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의 산문을 들어서면 큰절을 지나 여러 암자로 향하는 갈래길을 만날 수 있다. 암자는 통도사의 물길과 들길 사이사이에서 영축산의 역사와 오롯이 함께하고 있다. 통도사의 산내 암자는 모두 17곳이다. 암자는 큰절의 부속 사찰로서, 스님들의 수행을 위해 지어진다.

 

영축산을 끼고 있는 통도사의 산내 암자 중에는 892년 고려시대에 창건된 백운암이 가장 오래되었으며, 이후로 안양암을 비롯해 많은 암자들이 건립되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현재 통도사에는 안양암, 자장암, 비로암, 백운암, 축서암, 보타암, 취운암, 수도암, 서운암, 사명암, 백련암, 옥련암, 극락암, 서축암, 금수암, 반야암, 관음암의 산내 암자가 있어 수행과 기도를 위한 정진처로 이어져 오고 있다.

 

통도팔경通度八景

팔경 八景은 향토 문화의 산물이고 향토 경승지에서 멋과 경관이 특별하여 향토의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경치이다. 통도팔경은 영축산의 조화로운 자연풍광과 더불어 산지승원의 아름다움을 벗 삼을 수 있는 여덟 곳을 말한다. 일찍이 구하 스님은 통도팔경을 두고 시를 지어 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제1경 무풍한송

무풍한송은 무풍송림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한자로는 춤출 무舞 자에 바람 풍風 자를 쓴다. 마치 소나무가 바람에 춤추는 듯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유연한 곡선을 보이는 통도사의 송림을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이곳은 통도천의 계곡이 시작되는 무풍교 · 삼성반월교 · 일승교에 이르는 하천변의 풍광을 이른다.

무풍한송로

완만한 경사를 따라 흐르는 계곡과 굽이치는 소나무의 허리선이 조화롭게 펼쳐져 있다. 현재는 무풍한송로를 산책로로 정비하여, 참배객들이 길을 따라 걸으며 통도사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길은 통도팔경 중 제1 경이자,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제2경 안양동대

안양동대에 오르면 동쪽으로는 통도사의 전경이 펼쳐지고, 무풍한송로와 통도사 산문 앞 시가지가 보인다. 또 서족으로는 자장동천을 볼 수 있어 통도사 암자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축산에는 많은 냇물이 합류하여 하천을 이루는데, 안양암 부근에 이르러 두 개의 큰 하천이 된다. 그중 하나는 동쪽, 하나는 남쪽을 흘려 두 하천이 합류하여 통도천을 이룬다.

 

제3경 비로폭포

비로폭포는 비로암의 서족에 있다. 영축산에 발원하여 비로암 서쪽으로 흐르는 이 하천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비로폭포는 2~3단 정도로 가장 큰 폭포인데, 과거에는 규모가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폭포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지만, 유량이 풍부할 때는 폭포수 소리가 영축산을 크게 울렸을 것이다.

비로암 비로폭포

 

제4경 자장동천

자장동천은 자장암 옆을 흐르는 하천이다. 안양동대의 서쪽에서 발달한 계곡인데, 크고 넓은 암반이 많아 물이 맑고 시원하게 흐르는 모습이다. 이곳은 세이석이라 하여 자장 스님이 귀를 씻은 곳으로 알려진 바위가 있다.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암벽 아래에 움막을 짓고 수행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자장동천의 시원한 물소리와 암자의 조화가 아름다운 곳이다.

 

제5경 극락영지

극락영지는 극락암의 연못을 이른다. 이 작은 연못에 영축산의 산봉이 그대로 비친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극락영지는 홍교도 유명하다. 수면에는 수련이 자라고 홍교인 극락교가 연못 위를 가로지르고 있어 연못 자체만으로도 운치가 있다. 극락영지 위의 극락교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건넌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이 다리를 건너면 극락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제6경 백운명고

백운명고는 백운암에서 들리는 법고 소리를 말한다. 법고는 불전 사물의 하나로, 축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로 친다. 백운암은 통도사 암자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는데, 구름에 신비롭게 감춰져 있지만 그 운무를 뚫고 힘있게 들리는 법고 소리를 표현한 경지다.

 

제7경 단성낙조

단성낙조는 단성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아름다운 경관을 말한다. 단성은 영축산의 산릉을 중심으로 축조된 산성인데 임진왜란 때 관군들이 주둔하며 가천 들에까지 나가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이곳 산성은 양산, 울산, 밀양을 방어하는 진지로 쓰였다. 단성의 흔적은 희미하지만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서족 하늘과 산, 들을 붉게 물들인 낙조를 볼 수 있다.

 

제8경 취운모종

취운모종은 취운암에서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를 말한다. 범종은 불교의 사물 중 하나로 만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취운암의 범종 소리가 계곡을 만나 영축산을 휘감으면서 경내의 모습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룸을 표현하였다.

 

물(水)이 좋은 암자

반야암은 1999년에 세워진 암자다. 이곳을 지을 때 80자 깊이의 지하수를 파서 음용수로 사용했는데 그 물이 '반야수'이다. 반야암의 돌수조에서 물맛을 볼 수 있다. 이 물은 PH7.64로 중성에 가깝고 유기물 오염이 거의 없는 청정수이다.

 

서축암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무량수전이 보이고 오른편 석탑과 돌로 만든 대형 수조가 놓여 있다. 서축암 약수는 영축산에서 퍼올린 지하수로, 청정한 수질은 중성에서 알칼리성 사이이고, 물맛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영축산에는 두 갈래의 샘물이 있다. 백운암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위치하는 '금샘'과 '은샘'이다. 금수암의 금수는 백운암의 금샘에서 내려오는 물이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금수암은 스님들의 정진처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어렵지만, 샘물은 영축산의 정기를 그대로 품은 토층수로 영축산 물의 정수이다.

 

수도암에는 통도사 스님들이 일부러 가서 걸어오는 샘물약수가 있다. 수도암 샘물은 법당 앞마당에 철제로 수조를 만들고 수도꼭지를 설치해서 누구나 마실 수 있게 해 두었고, 법당 왼쪽 요사체 안에도 철제 뚜껑으로 덮인 사각형 수조가 있다. 요사채 안의 샘물이 원 약수여서 큰절 스님들이 옛날부터 자주 길어 마셨다고 한다. 수도암 샘물약수는 영축산 능선에서 자연적으로 솟아나는 샘물이다. 이 물은 중성에서 산성 상태에 가까운데 영축산 줄기의 수정 광산을 통과하기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산화규소 성분이 많아서 아주 물맛이 좋고 찻물로도 좋다.

 

옥련암 장군수는 아주 유명한 물이다. 조선 초기의 유명한 장군인 이징옥, 이징석, 이징규가 옥련암 약수를 먹고 장군이 되었다고 해서 '장군수'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그 영험한 기운 덕분인지, 아프거나 몸이 약한 사람이 이 물을 마시면 장군처럼 기운이 좋아진다 하여 마을 사람들이 물을 많이 길어 간다. 이 물은 중성에서 산성 상태에 가까운데 특히 용존 산소가 높다. 현재 장군수는 암자 뒤쪽의 산중에서 나오는 물을 두 군데의 탱크에 보관하여 관으로 이어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수조 한 곳과 수도꼭지를 세 곳에 설치하여 두고 있다. 물이 워낙 청정하고 깨끗하여 물탱크가 이물질 없이 늘 깨끗한 상태라고 전한다.

 

자장암의 금개구리, 금와보살의 전설

자장암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가  바위벽에 움집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다. 본당 뒤에는 자장율사가 손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금개구리를 살게 했다는 유명한 금와공이 있다. 《조선불교통사》 하권 <승유어급변화금와>에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축서산 통도사의 자장암 곁 석벽에 무지(엄지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한 구멍이 있으니 그 속에 한 쌍의 와자(작은 개구리)가 있다. 몸은 청색이고 입은 금색인데 어떤 때는 벌과 나비가 되기도 하여 그 변화하는 것을 헤아릴 수 없다. 여름철에 바위가 과열되면 뜨겁기가 솥과 같으나 그 위를 자유로이 뛰어다닌다. 사승이 이를 일러 말하되 금와라 하더라. 그런데 이 금개구리는 도무지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아니한다고 하므로 한때 어떤 관리가 그 말을 믿지 아니하고 그 개구리를 잡아 합중에 넣어 엄폐하고서 손으로 움켜쥐고 돌아가다가 도중에 열어 보니 없어졌다. 세전에 그 개구리는 자장율사의 신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이 금개구리를 친견하기 위하여 수많은 신도들이 자장암을 찾고 있는데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신통하다 보니 금와보살이라 부르는데, 아무나 볼 수 없으니 만나기만 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운암 염색축제, 꽃과 예술의 공간

통도사 산내 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은 전통예술을 통한 문화 포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전통 약된장, 천연염색, 도자삼천불과 장경각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중봉 성파 큰스님을 중심으로 활발한 예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이곳에는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금낭화, 황매화, 홍매화, 흰 매화부터 수련, 능소화에 이르기까지 5만여 평의 야산에 심은 100여 종의 야생화 수만 송이가 만개하기 때문이다. 이곳 야생화 군락은 불교에서 말하는 화장장엄세계를 그대로 구현해 놓은 듯 저마다의 색과 향으로 관광객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아름다운 색의 향연을 '천'에 옮겨 담는 천연염색은 서운암의 독보적인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야생화축제와 더불어 매월 봄이 되면 서운암 염색 축제로 시민들에게 예술의 향연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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