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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용이 통도사를 지키다

통도사 창건설화에는 자장 스님이 문수보살에게 수기를 받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기서 문수보살은 자장 스님에게 "그대의 나라 남쪽 영축산 기슭에 나쁜 용이 거처하는 연못이 있는데, 거기에 사는 용들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비바람을 일으켜 곡식을 상하게 하고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니 그대가 그 용이 사는 연못에 금강계단을 쌓고 이 불사리를 봉안하면 재앙을 면하게 되어 만대에 이르도록 멸하지 않고 불법이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 것이다."라고 이른다.

구룡지

스님은 귀국하여 영축산을 찾아 나쁜 용들이 산다는 못에 이르렀다. 정말로 아홉 마리의 용(九龍)이 나쁜 짓을 일삼고 있었는데, 자장 스님이 설법을 하자 용들이 항복하여 물러났다. 그 가운데서 다섯 마리는 오룡동으로, 세 마리는 삼동곡으로 도망갔다. 그중 한 마리는 급히 도망가면서 산문 어귀 큰 바위에 부딪쳐 피를 흘리고 갔는데 지금도 바위 표면에 핏자국이 남아 있어 사람들이 용혈암이라 부르고 있다.

매년 5월 5일 단오절을 맞아 구룡지에서 용왕재

또 눈먼 용 한 마리가 어디도 가지 못하고 통도사에 남게 되었는데, 용이 자장 스님께 통도사를 지키는 호법용이 되겠노라 청했다. 스님은 용의 청을 들어 못을다 메우지 않고 한쪽 귀퉁이에 작은 연못을 두어 용이 머물도록 했다. 그것이 바로 금강계단 옆 구룡지이다. 구룡지는 작은 크기에 깊이도 얼마되지 않지만 심한 가뭄이 와도 전혀 수량이 줄지 않고 아무리 비가 와도 넘치지 않는 등 영험함을 지니고 있다. 통도사는 단옷날이 되면 화마火魔를 제압하기 위한 단오절 용왕재를 지내는데, 이곳 구룡지에서 지낸다.

 

인고와 지계의 상징 '자장매'

경내에 수령이 400년 가까운 매화나무가 있다. 일명 '자장매화'다 통도사를 창건하신 자장 스님을 기리며 숭고한 수행상을 잃지 않고자 '자장매'로 명명해 온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스밀 때 향이 더욱 짙어져 마치 수행자의 구도 행각과 닮은 데가 있는데 "계를 지키며 하루를 살지언정 계를 파하고 백 년을 살지 않겠다."는 자장 스님의 결연한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통도사 자장매(홍매)

이 나무는 임진왜란 이후 영각이 소실되어 다시 재건하게 되었는데, 그대 홀연히 섬돌 아래 싹이 텄다고 한다. 이른 봄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수많은 상춘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자장 스님의 계율정신을 기리고 계승한다는 의미를 품은 '자장매'는 지계정신을 상징하며 고매한 향기를 풍긴다.

 

통도사에는 홍매의 상징인 자장매뿐만 아니라 백매, 청매 등 여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있다. 또 배롱나무, 산수유 등 갖가지 꽃나무들이 따뜻한 시기에 꽃망울을 떠뜨린다. 어떤 의미에서 꽃은 장엄의 도구이지만, 추운 겨울을 참아 낸 인고의 정신과 비바람을 견디고 굳건히 정진하는 수행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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