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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적멸보궁 사리탑

  옛날 인도 코살라국에 파세나디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전쟁에서 패하여 돌아가던 와중에 너무나 피로하여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에 쓰러져 잠이 들게 됩니다. 그때 그 정원을 관리하던 여종 말리카는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져 잠든 나그네가 왕인지도 모르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극히 보살피게 됩니다. 이후 그녀의 정성스러운 마음에 감동한 파세나디왕은 그녀를 자신의 부인으로 삼았습니다.

 

  말리카 왕비는 신분도 비천하고 그렇게 아름다운 미모를 지닌 여인이 아니었지만, 항상 지혜롭고 공손하였으며 모든 사람들을 잘 돌보았기에 궁중의 다른 왕비들까지도 그녀를 좋아했습니다. 파세나디왕은 이런 그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혼자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 이것은 예외가 없는 진실이다. 하지만 단 한 사람만은 예외일지 모른다. 말리카는 자기 자신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파세나디왕은 말리카 왕비를 불러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고는 부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런데 왕비의 대답은 뜻밖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정말 죄송합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대왕보다 저 자신을 더 사랑합니다."

 

  남편인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고 말해줄 것이라 믿었던 왕은 상심하여 왕비와 함께 부처님을 찾아가 진실한 답면을 듣고자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왕이시여,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을 가장 사랑합니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듯이 남들 또한 그 자신을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기에 사람은 남을 괴롭히거나 해쳐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내가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듯 다른 중생들도 자기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니, 나 자신을 아끼는 만큼 다른 중생들도 나처럼 아껴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일화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지신을 위한 삶의 여백도 남겨 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구경」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는 것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위한 공간도 남겨 놓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정말로 아끼고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도 제대로 아끼고 사랑해 줄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아름답고 소중한 구슬들이기 때문입니다.

 

 

 

 

월간통도 2023.05_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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