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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순간

몸에 집착하지 마라!

 

  극심한 고통은 더욱더 심해만 가고, 알아차림은 도무지 힘을 못 쓴다고 절절히 토로하는 장자에게 사리뿟다는 이렇게 말한다. "장자여, 그대는 이렇게 공부 지어야 합니다. '나는 눈을 취착 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알음알이(식 또는 인식)는 눈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여, 그러면 나의 알음알이는 귀·코·혀·몸·생각(mano 意)을 취착 하지 않으리라. 그러면 나의 알음알이는 귀·코·혀·몸·생각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공부 지어야 합니다."

 

  먼저, 고통이라고 '아는 마음' 또는 '느끼는 마음'인 '식 또는 인식을 그 원인으로부터 떼어 놓는다. 그 원인은 취착과 취착을 동반한 오온이다. 취착은 '취하려고 집착하는 마음'으로 '갈애 또는 집착'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몸에 장착하고 있는 뿌리 기능인 육근六根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에는 이미 취착이 담겨 있다. 내 몸에 이미 장착된 취착[업]이 외부 대상과 만나게 되면서, 그것은 순식간에 표면으로 떠올라 행(行: 상카라, 업력)으로 구현된다. '나'라는 것은 '업과 업력의 작용' 또는 '업과 업력의 소용돌이'인 것이다.

 

  이렇게 사리뿟다 존자는 육 근에서 시작한 취착과 그것을 아는 마음(인식)이, 어떻게 부단히 다단계를 밟아 어느새 고통이라는 느낌 덩어리로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다시 말해, 존자는 장자에게 '고통의 구성 요소들'을 속속들이 들추어내어 '고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낱낱이 일깨워준다. 해당 경전상의 길고도 상세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육근이 대상과 만나 육경(색성향미촉법: 형색·소리·냄새·맛·감촉·법)이 일어나면 그것에 대한 취착과 그것을 아는 알음알이(또는 인식)가 일어난다. 다시, 육경에서는 안식·이식·비식·설식·신식·의식이라는 육식의 취착이 일어나고, 그것을 아는 인식이 또 일어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육식에서는 육촉(감각접촉)이라는 취착이 일어나고, 다시 그것에 대한 인식이 따라붙는다. 다시 육촉에서는 육수(느낌)라는 취착이 일어나며,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이 또 생겨난다. 이렇게 '취착'과 그것을 아는 분별심인 '인식'에 속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다잡으라고, 존자는 장자에게 끊임없이 권유한다.

 

날숨들숨에 대한,

'한 지점'에서의 알아차림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약은 실제로 아픈 데를 낫게 해 주기보다는,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신경계통 약이 많다. 고통이라는 느낌에 대한 인식의 차단을, 약이 아니라 부작용 걱정할 일 없는 위빠사나 통찰지로 하는 것이다. 존자가 설법한 고통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어느 단계라도 알아차림이 들어가면 그것을 차단할 수 있다.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고통은 절반으로 뚝 떨어지는 경험을 한다. 고통이라는 것은 내가 무엇인지 모르는, 또 대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무지로부터 온다. 그것이 덩어리로 인식되는 한, 그것에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몸이라는, 고통이라는, 나라는) 덩어리를 '해체해 버리는 방법'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밝혀놓으셨다.

 

  물론 나의 밑바닥까지 관철해 버리는 선정과 통찰 지를 키워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부단히 바르게 차근차근해나간다면 생로병사라는 고통의 윤회는 (부처님 말씀대로) 반드시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걸음은 아나빠나삿따, '날숨들숨에 대한 알아차림'부터 라고 「대념처경」에는 설해져 있다. 호흡을 지속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으로 수행은 시작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 지점'에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호흡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한 지점에서 알아차림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대념처경」 첫머리의 요지는 '한 지점 집중'이다. 그리고 집중 지점은 '전면'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인중 부위'를 말한다. 즉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출입구'의 '전면'을 말한다. 여기서 호흡 또는 호흡 관찰이라는 용어가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흡'이라는 용어는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는 실재의 호흡이 아니라 관념의 호흡을 상상해서 본다. 개념의 호흡을 부여잡고 있는 한 수행에 진전은 없다. '호흡'이라는 용어 대신 '공기 또는 바람의 움직임'이라고 명명하면, 우리는 '개념의 허상'에서 '실재實在의 진실'로 바로 소환될 수 있다.

 

'고통의 만들어지는 과정'

산산이 해체하다

 

  수행의 요점은 '한 지점에서 알아차림을 유지하는 것'이다. 알아차리는 대상은 들어오고 나가는 바람(풍대)의 움직임이다. 쉽지 않은 첫 단계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설정한 그 지점에서 자꾸 딴 데로 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고, 알아차림을 1초에서 10초로, 10초에서 1분으로, 1분에서 30분으로 늘려나가며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되는가. 뿌연 흰 구름 같은 니밋따가 뜨고, 그것이 확대되고 투명해지면서, 나의 몸은 없어지고 그것과 하나가 된다. 대상과 나의 의식이 하나 된 선정 삼매의 상태가 된다. 이 같은 청정한 마음 상태에서 대상을 꿰뚫는 위빠사나 통찰지가 섬광처럼 나온다. 순식간에 작용하는 오온의 스피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것을 포착하는 통찰지. 덩어리로 나를 흔들던 무명(또는 오온)은 그 실체를 드러내며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임종의 순간, 사리뿟다 존자의 위대한 설법을 들은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펑펑 문물을 흘리게 된다. "존자시여, 저는 더 이상 취착이 생기거나 실의에 빠지지 않습니다." 설법이 끝난 뒤, 얼마나 지나지 않아 장자의 몸이 무너져 죽었다. 하지만 마음은 더욱 진보하여 예류과(수다원과)를 성취하고 천신의 몸을 받게 된다.

 

 

월간 통도 20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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