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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업장보살은 모든 업의 장애가 다하여 청정해진 보살이다. 업이란 '행위·조작·일'의 뜻을 담고 있다. 업은 중생을 속박하고 생사의 세계에 빠지게 하며, 중생은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끊임없이 업을 짓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존재이다. 정제업장보살은 이와 같은 업이 모두 제거된 원각의 자리에서 중생들이 업의 장애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 나타난 보살이다.

이 보살이 부처님께 여쭌 것은, 중생들이 본래부터 밝은 깨달음인 원각을 지니고 있으면서 어찌하여 나고 죽음을 비롯한 갖가지 괴로움 속에서 헤매게 되었는가를 질문한다, 곧 원각이 본래 청정한데, 깨달은즉 응당 같거늘, 다시 무슨 법이 있어 불들여 나로 하여금 마음의 작용이 부처와 다르게 하며, 본래 청정하다면 이제 중생의 물듦이란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중생은 더럽혀져서 나고 죽음의 굴레 속에 헤매게 되는지를 묻는다. 


망상 등이라는 것은, 없는 가운데 아등을 잘 못 헤아린 것으로서 사상을 총괄해서 아상이라 하며, 아상이 전전해서 네 가지 상이 전개된다. 이를테면 사상은 아를 자체로 삼고, 아를 여러모로 헤아려 계속해서 여타의 경계에 나아가는 것이 인이 되며, 아의 성쇠고락과 갖가지 변화되는 일들이 상속되고 이리저리 헤아리는 것이 중생이 되며, 아 하나의 과보인 생명체가 끊이지 않고 머무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수자가 된다.


전도라는 것은, 참된 아 는 본래 있거늘 미혹으로 없다 이르고, 망령된 아 는 본래 공하거늘 집착하여 있다고 여겨서, 사상을 모두 잘못 계고, 곧 이리저리 헤아리는 것을 뜻한다.『유마경』에 "법은 아 가 없으니 아의 허물을 여윈 까닭이며, 법은 인이 없으니 전후의 경계가 끊어진 까닭이며, 법에 중생이 없으니 중생의 허물을 여윈 연고며, 법에 수명이 없으니 생사를 여의었기 때문이다."라고 이른다.


사상은 아를 실체가 있다고 착각함으로 인해 아상이 있고, 아의 경계를 지어 개체적·절대적 상을 세우는 것이 인상이며, 아에 온갖 변화가 끊임없이 상속되는 것이 중생상이며, 아의 과보인 생명체가 끊이지 않고 머무는 것을 헤아리는 것이 수명상이다. 사상에 집착하여 실로 아의 실체가 있다고 여김으로써, 그로 인해 자신에게는 사랑이 생기고 타인에게는 미움이 생기며, 아를 따르는 이는 사랑하고 아를 거스르는 이는 미워하게 되는데, 이러한 사랑과 미움은 아에 집착함으로 인한 것이다.


나로부터 사랑하고 미워함이 일어나 여러 가지로 도에 장애 되는데, 이는 미혹한 마음으로 도를 닦는 데 있어 비록 부지런히 여러 수행법에 힘쓸지라도 다만 무명을 도울 뿐 불과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며, 본래 무명으로부터 사랑하고 미워함이 일어나고, 사랑과 미움이 다시 무명을 훈습하여 종자와 현행이 상속해 끊어지지 않아, 이로써 도를 구함에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체중생이 멋대로 집착하여 아로 여겼기에, 설사 도를 닦아 망령됨을 버리고 참된 것을 증득할지라도 깨달았다는 마음이 남아 있으며 모두 아상이라고 한다. 이승열반을 사무쳐 아는 것이 아상일 뿐만 아니라, 설사 여래열반을 사무쳐 알지라도 또한 아상이며 열반은 오직 깨달음의 본체요, 따로 증득할 것이 없다. 열반을 증득해서 능소, 곧 주관과 객관을 잊지 못하면 아상이라 한다. 마음으로 깨달아 증득했다는 것은 그릇됨을 깨달은 것이며, 다시 잘 못 알지 않는다는 것은 증득한 마음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루 깨달았다는 것은 능소 곧 주관·객관과 깨달은 자와 깨달은 것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그 흔적마저도 초월한 것이다.


중생이란, 어떤 법을 깨닫고는 깨달았다는 자취가 여럿이 생겨나서 끝없는 집착을 이룬다는 뜻이다.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을 법이 있으며 아상이 되고, 능히 깨침이 있으며 인상이 됨을 사무쳐 알았으나, 아직 사무쳐 안 바를 두면 이러한 수행자의 집착이 중생상이다. 어떤 이가 다른 사람을 헐뜯을 때, 내가 그 자리에 있어서 그들의 훼방을 목격하되 성내지 않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사람도 아상이 있는 것이요, 진정으로 아공을 알았을 대 '나'를 헐뜯는 자가 없는 것이니, '나'를 헐뜯는 이를 인식하는 것마저도 여의어야 진정한 아공을 체득하는 것이다.


요약하면, 원각의 마음 곧 본 성품이 본래 청정한데 중생은 무엇 때문에 번뇌로 물들여지는가에 대해 중생을 전도시키는 네 가지 병, 아상·인상·중생상·수명상이 무명의 근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원각의 마음이 본래 청정한데, 어떻게 물들어 중생들이 생사에 헤매게 되는가를 묻고, 이는 망상 대문에 사상에 전도되어 아체가 있다고 착각을 한다. 이어 사상에 집착하여 아의 실체가 있다고 여김으로써 미움과 사랑이 생기고 그로 인해 업의 길을 가게 되며, 깨달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을 깨달음이 막거나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며, 나로부터 사랑과 미움이 일어나며 사랑과 미움은 무명이 자라게 하여 도에 장애 되는 것이다.


아상은 마음으로 얻은 바가 있다고 여기는 것이며, 인상은 증득해 취한 것을 마음으로 깨달은 것이라고 하며, 중생상은 어떤 법을 깨닫고는 깨달았다는 자취가 생겨나서 끝없이 집착하는 것을 이르며, 수명상은 앞의 삼상의 허물을 면하기는 했으나 집착 없는 업의 지혜가 면면히 끊이지 않는 것을 이른다. 이러한 사상의 병인 유위로는 성인의 과위를 성취할 수 없으며, 열반을 사랑하고 생사를 싫어해서는 참다운 해탈이라 할 수 없으며, 아상을 제거하지 못하면 청정한 원각에 들지 못한다. 아공을 체득해야 청정한 깨달음에 들어가며, 성인의 지혜를 잘못 알고 "얻었다""증득했다" 하지 말라고 경계하며, 결과만을 구하고 근본 원인에는 미혹하여 아견을 자라게 하지 말며, 허물을 여의고 용심을 잘해서 청정한 깨달음에 들도록 권하고 경책 하는 것이 정제업장보살장에서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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