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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는 용이 너무도 많다. 굳이 대웅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누각에 걸린 법고에도 황룡과 청룡, 쌍룡이 그려져 있다. 

대웅전 용 장식

대웅전에 서린 용의 상징과 의미

  대웅전의 용은 바깥의 세로기둥에는 그려지지 않고 건물 안쪽의 세로기둥에만 그려진다. 보통 좌우대챙의 쌍룡이 승천하는 모습이다. 물론 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증득한 부처님과 이를 닮아 가려는 스님들의 기상을 상징한다.

 

  대웅전 바깥쪽까지 용이 보이는 경우는 모두 대들보와 관련 있는 가로기둥이다. 이는 승천하는 용보다 하늘을 나는 용을 상징한다. 대웅전에는 나는 용들이 아주 빼곡하게 박혀 있다. 보통은 바깥쪽 기둥 끝에 머리를 내밀고 있는데 어떤 곳에는 꼬리만 나와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전각 안에 대들보로 연결된 하나의 긴 용이 서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이 넘실대는 용의 궁전, 이곳이 바로 조선의 임금은 둘째치고 황제도 감히 따라오지 못하는 부처님의 위엄이다. 

 

용인가, 이무기인가?

  동아시아의 용은 엄밀하게 말한다면 용이 아닌 이무기다. 용과 이무기를 가르는 기준은 여의주를 획득했는가이다. 중국 문화에서는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보다는 여의주를 막 취하기 직전의 용을 선호한다. 발전과 변화의 기상을 잃지 말라는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다. 여하튼 눈앞에 있더라도 아직 여의주를 물지 못했으니 이무기일 뿐이다.

 

대웅전은 동물의 왕국

  우리의 미감에는 <까치호랑이> 그림처럼 두려운 대상을 친근하게 표현하려는 해학의 미학이 있다. 이런 점에서 사찰의 용은 근엄하기만 한 왕궁의 용과는 다르다. 불국사 대웅전의 용은 이러한 우리의 해학을 잘 표현하고 있다.

 

  불국사 대웅전 바깥쪽의 용들은 여의주를 가지고 있는 것과 여의주를 코 위에 올려놓고 있는 것, 물고기를 가로로 물고 있는 것과 삼키는 건지 토해 내는 건지 헷갈리는 모습 등 실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 황룡과 같은 경우는 코끼리 코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는데, 이는 용상을 의미한다. 그런데 경전을 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에 비견되는 제석천이 타는 동물인 용상이란 실은 용이 아니라 용의 위신력을 가진 코끼리다. 아마도 조각하는 이는 이것을 잘 몰랐던 것 같다.

 

  또 대웅전 안에도 용은 물론이거니와 멧돼지를 닮은 여섯 개의 상아를 가진 흰 코끼리(六牙白象: 우리의 백호처럼 인도에서도 코끼리의 왕으로 이해된다. 부처님의 태몽에 등장하며, 대승불교의 《법화경》등에서는 보현보살이 타고 다니는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가 대들보에 매달려 있는 듯 튀어나와 있다. 여섯 상아의 흰 코끼리는 마야 부인의 태몽에도 등장하는 코끼리의 왕이다. 또 흰 코끼리 맞은편에는 목조각으로는 아주 귀엽게 생긴 푸르뎅뎅한 사자가 곰 인형과 같은 얼굴을 드리우고 있다. 흰 코끼리와 청사자가 상응해서 나타날 경우 이는 보현보살문수보살을 상징한다.

 

  불국사 대웅전 안의 압권은 뭐니뭐니해도 업경대를 등에이고 있는 해태이다. 업경대는 저승에서 염라대왕이 생전의 선악 행위를 심판할 때 비추어 본다는 거울이다. 해태는 선악을 분별할 줄 아는 신령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업경대를 등에 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마스코트는 해치인데 이는 해태의 다른 표현이다. 불국사 대웅전은 그야말로 온갖 상서로운 동물들이 운집해 있는 성전인 셈이다.

 

 

 

 

자현스님 <사찰의비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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