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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을 꿈꾸다 실패한 진시황에서 보듯 인간 수명은 지위고하에 별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곤충은 다릅니다. 인간처럼 사회를 이룬 개미와 꿀벌은 여왕이 훨씬 오래 삽니다. 여왕개미는 개미 군락에서 알을 낳는 암컷을 이르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군락에서는 여왕개미가 개미 군락 내의 모든 개미들의 어머니입니다.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모두 암컷이지만, 여왕개미는 애벌레일 때 일반 애벌레들과는 다른 먹이를 먹어서 여왕으로 성장합니다. 대부분의 종에서는 여왕개미가 한 마리뿐이나, 몇몇 종에서는 여왕개미가 수백에 달하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작은 생명체들을 통해 노화와 수명 연장의 비밀을 캐기 시작하였습니다.

여왕개미 / 다음



일개미가 여왕 되면 수명 연장

과학자들은 사회성 곤충은 같은 사회성 동물인 인간의 노화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초파리는 수명이 13주 정도고 선충은 18일만 살지만, 꿀벌 여왕개미는 5년까지 살고 흰개미와 개미 여왕은 20년 이상도 살아 오랫동안 두고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성 곤충 내부에서도 계급에 따라 수명이 다릅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 연구진은 정자와 수정하지 않은 채 알에서 바로 암컷들이 태어나는 개미를 실험실에서 키웠습니다. 알은 여왕개미가 낳으므로 군집 내 개미는 결국 유전자가 모두 같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나중에 여왕이 된 암컷은 10~16개월 살았지만, 애벌레를 돌보고 먹이를 구해오는 일개미는 7개월 안에 다 죽었습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개미와 꿀벌 같은 사회성 곤충이 노화 연구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노화 연구는 주로 생쥐나 초파리, 선충을 실험동물로 이용하였습니다.

사회성 곤충이 노화 연구의 소재로 부상한 것은 우선 수명이 다른 곤충보다 길기 때문입니다. 스위스 로잔대 연구진은 1997년 네이처 논문에서 꿀벌과 개미, 흰개미 등 사회성 곤충 61종과 단독 생활을 하는 곤충 81종의 수명을 비교하였습니다. 사회성 곤충의 여왕은 평균 수명이 5~11년인데 홀로 사는 곤충은 고작 몇 달만 살았습니다.

계급이 바뀌면 수명도 달라집니다. 일개미가 번식을 하면 수명이 바로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채집 벌이 유모 벌이 돼도 수명이 늡니다.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곤충의 직업을 바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앞서 연구들은 꿀벌 군집에서 여왕과 애벌레를 돌보는 유모 벌은 꿀과 꽃가루를 찾아다니는 채집 벌보다 수명이 길고, 비행 능력이나 면역력, 학습력 저하 속도가 더 느리다는 것을 밝혀냈었습니다.


장수 곤충은 천연 백신도 맞아


여왕벌과 유모 벌은 천연 백신도 맞습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와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은 병원균이 여왕벌의 몸에서 분해되면서 비탈로 제닌이라는 단백질과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복합체가 혈액을 통해 알로 전달되면서 면역력을 유도합니다. 백신은 병원체 일부를 약하게 경험하고 그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하는 원리입니다.
여왕벌은 유모 벌이 제공하는 로열젤리를 통해 백신 원료인 병원균 조각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여왕벌이 알에게 비탈로 제닌과 병원균 조각 복합체를 한 번 주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2차로 유모 벌로부터 다시 비탈로 제닌 복합체를 받아 코로나 백신을 두 번 접종받는 것과 같다고 밝혔습니다.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진은 채집 벌이 유모 벌이 되면 비탈로 제닌 수치가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과학자들은 사회성 곤충의 수명이 다른 동물과 다른 원인을 다양한 곳에서 찾고 있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연구진은 2018년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논문에서 흰개미 여왕은 다른 계급보다 유전적 위험 요인이 적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유전자 안에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DNA 조각인 전이인자입니다.

사람이나 선충에서 전이인자는 노화를 촉진합니다. 알을 낳는 흰개미는 나이가 들어도 불임 흰개미나 다른 나이 든 흰개미보다 전이인자 활동이 훨씬 적고, 전이인자에 대한 방어력도 높았습니다.

뇌도 달랐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지난해 인디언 점핑 개미 여왕은 다른 개미보다 뇌의 신경 아교세포가 40% 많았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앞서 연구에서 아교세포가 줄어들면 초파리에서는 노화가 일어났고, 생쥐에서는 인지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여왕개미는 뇌의 보호막이 더 튼튼한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사회성 곤충의 노화 연구가 발전하려면 유전자를 변형하거나 추적하는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발아래 작은 곤충이 진시황의 거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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