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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 또는 공중누각은 바다 위나 사막에서 빛이 밀도가 다른 공기층을 통과하면서 굴절하여 생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엉뚱한 곳에 물이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수평선 너머의 불빛이 보이기도 합니다. 신기루라는 표현은 고대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대합, 또는 이무기의 일종인 신이 기운을 토해내어 공중에 만들어낸 누각이라는 뜻이다.

물이 고인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 /위키피디아

물체가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여

신기루(Mirage)는 물체가 실제 위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보이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물체를 인식하려면 빛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물체에 반사된 빛이 우리 눈으로 들어오면 비로소 물체가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눈은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물체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데, 빛이 굴절되면 실제 위치와 다른 곳에 물체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예를 들어, 물이 담긴 컵 속에 빨대를 넣고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면 마치 빨대가 꺾인 것처럼 보이는 걸 경험한 적이 있을 겁니다.

빛의 굴절은 같은 매질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는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수증기, 먼지, 바이러스 등 온갖 물질이 포함돼 있어 공기를 구성하는 이런 입자들에 변화가 일어나면 빛의 진행 방향이나 속력이 바뀝니다. 온도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밀도가 낮아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밀도가 높아집니다. 빛이 이렇게 온도에 따라 공기 밀도가 다른 두 층을 지날 때 굴절이 일어나 신기루가 생깁니다. 이런 이유로 신기루는 사막이나 극지방, 뜨거운 여름날의 아스팔트 도로 등 온도 변화가 큰 곳에서 더 잘 나타납니다.

공기나 물 등 빛이 통과하는 매개가 되는 물질을 '매질'이라고 합니다. 서로 다른 매질의 경계를 통과할 때 빛의 진행 방향이 바뀌어 이 현상이 바로 굴절입니다. 빨대 전체가 온전히 공기 중에 있거나 물속에 있을 때는 꺾이지 않고 곧은 모습 그대로 보이는데 한쪽은 공기 중에, 다른 한쪽은 물속에 있을 때는 매질이 다르기 때문에 빛이 굴절돼 빨대가 꺾여 보이는 것이랍니다.


나폴레옹도 신기루 경험


이처럼 어떤 물체가 실제보다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아래 신기루'라고 부릅니다. 아래 신기루는 땅에 가까운 공기는 뜨겁고, 위쪽의 공기는 차가우면 나타나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뜨거운 공기 속을 통과하면서 빛의 진행 방향이 위로 휘어지는 굴절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눈에는 굴절해서 들어온 실제 위치가 아니라 빛이 직진으로 이동했을 거라고 생각되는 위치에 물체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 어떤 물체가 실제로 위치한 곳의 아래쪽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 위치에 있는 물체와 신기루가 모두 시야에 보이면 두 가지 모습을 다 볼 수 있어 이 두 모습을 사진이나 동영상에 동시에 담을 수도 있습니다.

'위 신기루'는 아래 신기루와는 반대로 물체가 실제 위치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추운 극지방의 해안가에서 멀리 있는 배나 작은 빙하 등을 관찰할 때 이런 현상이 보입니다. 신기루는 빛이 볼록하게 휘기 때문에 볼록렌즈로 본 것처럼 물체가 상하좌우가 바뀐, 뒤집힌 모습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여름에 도로를 달리는 차를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도로 바로 위에 물이 고여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푸른 하늘이 빛의 굴절 때문에 실제 위치보다 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신기루 현상입니다. 하늘이 도로 위에 겹쳐서 물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사막에서 물이 고여있는 오아시스가 있는 것을 보고 달려갔더니 아무것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겁니다. 이것 역시 하늘이 사막 위에 겹쳐서 물처럼 보이는 신기루 현상입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도 1798년 이집트 원정 때 이 신기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착시

착시는 시각과 관련해 생기는 착각을 뜻합니다. 인식 과정에서 뇌가 착각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플 때 어떤 그림을 음식물 그림으로 잘못 보는 것이 착시입니다. 반면 신기루는 물리적으로 실재하는 물체의 위치가 다르게 보이는 겁니다.

길이가 같은 선이 주변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게 대표적인 착시입니다. 같은 길이의 선분 양끝에 화살표를 그렸을 때 화살표 방향이 바깥쪽인 선분이 더 길어 보입니다. 과거 경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도 착시입니다.


파타 모르가나 신기루 현상

'파타 모르가나'(Fata Morgana)라는 신기루 현상도 있습니다.파타 모르가나는 이탈리아어로 모르가나는 요정 뜻입니다. 모르가나는 마법으로 공중에 떠 있는 섬이나 육지를 만들어서 뱃사람들을 유혹했다는 전설 속의 요정입니다. 파타 모르가나 현상이 마치 모르가나가 마법을 부려서 만들어 낸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파타 모르가나는 물체의 모습이 실제보다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 신기루의 일종입니다. 공기의 밀도는 온도, 수증기 함량 등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파타 모르가나는 밀도가 다른 여러 층의 공기를 통과하면서 빛이 복합적으로 굴절돼 만들어진 현상으로 추정합니다. 대기의 조건이 복잡해지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신기루가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일반적인 신기루와 다르게 뒤집힌 모습이 아니라 똑바로 된 모습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위 신기루는 차가운 바다에서 주로 관찰되지만, 파타 모르가나는 여름철 잔잔한 바닷가에서도 관찰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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