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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옛날, 일본의 한 신관은 생쥐 한 마디가 자꾸만 분주하게 오가는 바람에 정신이 사나워 명상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가만히 보니 생쥐는 무언가 먹을 것을 물어 나르고 있었다. 신관은 덫으로 쥐를 사로잡아 다리에 긴 실을 묶은 다음 놓아주었다. 그러고는 쥐가 어디로 가는지 가만히 뒤를 밟아보았다. 생쥐는 신관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야생 벼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신관은 벼를 가져다가 이웃에 나누어 주어 경작하게 했다. 그때부터 쌀이 일본인의 주식이 되었다.


북유럽에도 그들만의 전설이 있다. 자비로운 대지의 여신 힐다는 늑대들을 시켜 곡식이 풍부한 들판을 지키게 했다. 그러나 장난꾸러기 신 로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늑대를 피해 곡식을 훔쳐가곤 했다. 독일 북부 유틀란트 반도 사람들은 농가에 불빛이 아른거리는 걸 보면 로키가 귀리를 심는 중이라고 말한다.


곡물(穀物, grain)은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고 사람의 식량이 되는 물질을 두루 일컫는 낱말로 곡식(穀食)이라고도 한다. 이 가운데 쌀, 밀, 옥수수는 세계 3대 곡물로 세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쌀 이외의 곡물들은 잡곡이라고 부른다.
특별히 껍질을 벗기지 않은 곡식 알을 낟알, 곡립(穀粒)이라고 한다. 곡식이 더부룩하게 열리는 부분 혹은 추수하면서 흘린 낟알을 이삭이라고 한다. 낟알의 껍질을 벗기면 알곡을 얻는다.
곡물의 유형에는 쌀, 밀, 보리, 옥수수 같이 탄수화물 위주이고 벼과에 속하는 곡류(穀類, cereal)와 콩처럼 협과이고 단백질이 많은 두류, 그리고 곡류와 유사하지만 벼과에 속하지 않는 메밀, 퀴노아 따위의 아곡류(pseudocereal)가 있다.


전 세계 모든 아이들이 아는 곡식이 하나 있다. 알리바바가 도적단의 보물 창고문을 열 때 외웠던 마법의 주문에 나오는 참깨가 그 주인공이다. 참깨는 죽음의 신이 창조한 곡식으로 인도에서는 망자가 천국에 갈 수 있도록 속죄와 정화 의식에 사용한다. 힌두교 장례 의식이 끝나고 강둑에서 화장을 치르면 친구들이 재와 함께 참깨를 강에 뿌린다. 망자는 참깨를 먹고 저세상으로 가는 긴 여행길에 오를 힘을 얻는다.

서양에는 새해 첫날 수수를 먹으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다. 수수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곡식이었음에 그렇다. 이 속설은 아마도 게르만족의 고대 신앙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고대 게르만족은 수수가 폭풍 속의 용이 먹는 음식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그 색깔 때문에 용이 황금으로 수수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폭풍이 몰아칠 때, 용이 구름 속에 숨어서 붉은색 번개를 떨어뜨리면 그 자리에 황금이 떨어진 것이다. 반면 용이 푸른색 불을 뽑으면 자기가 먹을 수수를 심은 것이다. 고대 게르만족은 황금과 수수는 같은 힘과 과정으로 만들어진 존재이므로 서로 모습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페르시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전해진다. 용이 하늘에 거주하는 것은 같지만, 거칠게 번개를 떨어뜨리는 대신 부드럽게 무지개를 펼쳐 황금을 살면서 땅에 내려놓는다. 무지개를 끝까지 따라가면 보물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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