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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나노 반도체' 회로 그리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근에 있는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Extreme Ultra Violet Exposure Machine) 제조 분야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극자외선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필수 기술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흐르는 회로 하나하나를 아주 가는 선으로 그려내서 만들어서 보통 특수 소재로 만든 둥근 '웨이퍼' 판 위에 강력한 자외선을 쪼여서 미세한 회로를 그립니다.
그런데 반도체는 회로가 가늘수록 성능이나 용량이 좋아집니다. 회로를 가늘게 그리면 똑같은 반도체에 더 많은 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책에 글씨를 작게 쓰면 그만큼 더 많은 글자, 더 많은 내용을 써넣을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과거 반도체 회로 굵기는 마이크로미터(0.001mm) 단위입니다. 이때는 '불화크립톤(KrF)'으로 만든 자외선을 이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회로를 아주 미세하게 그려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를 '미세공정'이라 합니다. 회로 굵기가 나노미터(nm=0.000001mm) 단위로 진입한 겁니다. 이렇게 되자 반도체 업계는 불화크립톤 대신 파장이 더 짧은 '불화아르곤(ArF)'을 사용한 자외선으로 더 세밀한 회로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미세공정이 40 나노미터 단계에 접어들자 업계는 더 이상 기존 방식대로 원하는 두께를 만들어낼 수 없게 되고. 그러던 중 2000년대 중반 '더블 패터닝'이라는 기술이 등장하였습니다. 한 번에 가느다란 회로 두 줄을 그려내는 방식입니다. 그 뒤 20 나노미터 수준에 진입하자 더블 패터닝을 2번 시행하는 '쿼드러플(4배) 패터닝'을 만들었습니다. 그렇지만 10 나노미터대에 진입하자 이마저도 어려워졌습니다. 회로를 10 나노미터 수준으로 가늘게 그리려면 엄청나게 파장이 짧은 빛을 쏘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 Violet)'입니다. 극자외선은 자외선과 X선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인데, 파장이 불화아르곤의 14분의 1 수준인 13.5 나노미터로 아주 짧아서 더 얇은 회로를 그려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극자외선은 공기에 쉽게 흡수되는 등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철저한 진공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EUV 장비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ASML 한 곳뿐입니다. ASML은 1984년 네덜란드 전자제품 기업 '필립스'와 반도체 제조 기업 ASMI가 합작해서 세운 기업입니다. EUV 장비 세계시장 점유율이 100%입니다. 

세계 반도체 생산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7 나노미터 반도체를 넘어 5 나노미터 반도체 개발을 향해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 나노미터 이하 반도체를 만드는 경우 현재로선 극자외선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극자외선을 효과적으로 다루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ASML과 경쟁하던 캐논, 니콘 등 일본의 반도체 광학 장비 기업들도 EUV 노광 장비를 만들지 못하였습니다.

이 장비는 대당 가격이 보통 2000억 원을 넘어갑니다. ASML이 연간 30여 대 정도를 생산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특히 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ASML 장비를 엄청나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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