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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포유류나 조류처럼 비교적 뇌의 용량이 큰 동물 가운데 생존에 꼭 필요하지 않아도 그저 재미 삼아 노는 행동을 보이는 동물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보상이나 생존과 무관한 데도 최근 곤충 중에서는 처음으로 뒤영벌이 노는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저널 동물행동에 지난달에 실렸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곤충도 일종의 지각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또 하나의 증거"라고 하였습니다. 

사마디 갈파에쥬 외 (2022) ‘동물 행동’ 제공.


수컷과 암컷의  놀이시간

영국 런던 퀸메리대 등의 연구자들은 뒤영벌의 둥지와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 사이에 통로를 만들어 이곳으로만 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고 통로 양옆으로는 나무로 깎은 아주 작은 공이 있는 놀이방을 두어 벌들은 놀이방을 무시하고 둥지에서 통로를 따라 곧바로 날아가기만 하면 먹이 터에 다다를 수 있었읍니다.

연구자들은 이런 뒤영벌의 행동을 놀이로 보았읍니다. 일부러 찾아와야 하는 놀이방을 간 데다가 또 먹이 터에서 먹이를 먹은 뒤 둥지로 바로 가지 않고 놀이방을 찾아와 공을 굴리고 갔기 때문입니다. 벌은 여왕이 낳은 알을 돌보고, 둥지를 치우고, 동료들이 가져온 꽃의 꿀을 말리기도 하는 등 생존을 위해 둥지에서 할 일이 아주 많고 바쁩니다. 그런데 놀이방에서 생존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공 굴리기 행동을 보인 겁니다.

그런데 벌들은 놀이방에 들러 공을 굴리는 모습을 보였읍니다.보였습니다. 공을 굴린다고 설탕물이나 꽃가루를 얻을 수 없는데 말입니다. 마치 놀이를 하는 것처럼 뒤영벌들은 날갯짓하며 공을 굴리기도 하고 때로는 공 위에 올라타는 등 다양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실험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놀이 시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암컷은 둥지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반면 수컷은 배고프지 않게 먹는 것 말고는 딱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추측하였읍니다. 그래서 자유 시간이 더 많고 자연히 놀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또 태어난 지 3~7일 정도 되는 어린 벌들이 가장 오래 공을 굴렸는데, 연구진은 이 시기에 벌의 '버섯체'(곤충의 뇌에 해당하는 기관)가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발효된 과일 먹는 원숭이

발효돼 알코올이 포함된 과일을 먹는 원숭이가 종종 포착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이런 모습을 보고 원숭이도 인간처럼 술을 즐긴다고 생각하기도 하였읍니다. 하지만 원숭이가 발효된 과일을 먹는 이유는 과일에 알코올이 포함돼 있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스웨덴 연구자들은 중앙아메리카 검은손 거미원숭이를 대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연구진은 알코올을 섞은 설탕물과 알코올을 섞지 않았지만 설탕의 농도가 두 배 높은 설탕물을 원숭이에게 주고 선택하도록 하였읍니다. 그랬더니 원숭이는 알코올이 없어도 두 배 더 단 설탕물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원숭이가 취하는 것과 무관하게 단맛을 좋아해서 알코올이 포함된 과일을 먹는 것이라고 밝혔답니다.

침팬지는 비행기 태우기 놀이

덩치가 큰 침팬지가 땅에 등을 대고 누운 뒤 두 손과 두 발을 공중으로 들어서 이어 어린 침팬지를 발끝에 올리고 마치 비행기를 태우는 듯한 모습의 놀이를 시작하였읍니다. 이렇게 신나게 논 뒤 성체는 어린 침팬지를 땅에 내려놓고 꼭 안아주었답니다.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에 사는 침팬지들을 관찰하던 연구자들은 성체 침팬지가 어린 침팬지를 데리고 비행기 태우기 놀이를 하며 노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돌고래와 복어 공놀이 행동

야생 동물 생태를 관찰하는 영국 BBC방송의 인기 다큐멘터리 '야생의 스파이' 팀은 돌고래들이 복어를 공 삼아 노는 장면을 촬영하였습니다. 실제 두 살쯤 되어 보이는 돌고래 무리가 몸을 동그랗게 부풀린 복어를 살짝 물고 서로 주고받으며 공놀이 비슷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두 살인 돌고래를 인간에게 비유하면 사춘기에 접어든 때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간 생존과 관계없이 놀이 행동을 보이는 포유류는 여럿 보고된 바 있읍니다. 돌고래가 대표적입니다. 예를 들어 돌고래 무리는 복어를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돌고래들은 복어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려고 살짝 문 채 동료들로부터 도망을 치기도 하고, 때로는 수면 위로 복어를 던지기도 하였습니다. 복어 주고받기가 끝나자 돌고래들은 이 복어를 놓아주었습니다. 돌고래가 어떤 이유로 복어를 주고받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놀이와 유사한 행동을 보이는 겁니다. 이외에도 다큐멘터리에서는 미역을 몸에 걸치고 다니거나 암컷에게 예쁜 색의 산호 조각을 주며 구애하는 듯한 모습의 돌고래가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돌고래·범고래 등의 고래가 작은 물고기를 먹지 않고 물 위로 던졌다가 다시 쫓아가 무는 행동을 하는 모습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보고된 바 있읍니다. 우리나라 해양환경 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2020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광어를 물 밖으로 던졌다가 다시 무는 행동을 몇 차례 반복하는 돌고래의 모습을 보고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10여 마리의 돌고래가 사냥하면서 아주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는데, 이 중 두어 마리가 이런 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은 이를 놀이의 일종이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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