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밤 자승 전 총무원장이 경기도 안성 칠장사의 화재 현장에서 입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계종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경찰은 자승 스님의 유서로 보이는 문서를 현장 인근에 있던 자승 스님의 승용차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이 문서에는 "칠장사 주지 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세상의 인연)을 끝내게 되어 민폐가 많았소"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자승 스님 스스로가 세상의 인연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남긴 유서로 해석됐다.
그러나 조계종 안팎에서는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조계종 중흥을 위해 의욕을 보여왔다"며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믿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자승 스님은 최근까지도 조계종의 미래에 대한 포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31일에는 동국대에서 중앙종회 의원 대부분을 소집한 가운데 "10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며 "조계종이 현재에 안주하면 장자(長子) 종단이라는 위상조차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천주교서울대교구가 2027년 개최할 예정인 세계청년대회를 예로 들며 "우리 불교도 세계 불교 청년대회를 개최하면 좋겠다"며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방안을 내년 3월 종회(宗會) 전에 제출해 주기 바란다"고도했다.
이 때문에 자승 스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자승 스님의 죽음을 다각도로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화재 당시 칠장사 경내에 있었다는 승려 등 5명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고 한다. '유서'를 작성한 정확한 시점도 규명 중이다.
자승 스님은 지난 10여 년간 조계종의 최고 실력자였다. 1954년 춘천 태생인 스님은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받았고,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은사(恩師)는 조계종 제30대 총무원장을 지낸 정대 스님이다.
그는 1980년대부터 총무원 주요 보직과 조계종 입법기관인 중앙종회 의원을 맡으면서 대표적 사판승(행정 담당 스님)으로 성장했다.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2006~2008)과 제33·34대 총무원장(2009~2017)을 지냈으며 퇴임 후에도 '상월결사(霜月結社)' 회주와 조계종 입법기관인 불교광장 총재, 동국대 건학위원회 총재, 봉은사 회주 등을 맡아 조계종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지휘해 왔다.
조계종은 과거 정치적 파벌 다툼이 극심했으나 자승 스님이 중앙종회 의장과 총무원장을 맡으면서 파벌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왔다. 한편에선 이 과정에서 종단 권력이 자승 스님에게 집중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상월결사'는 2019년 자승 스님을 중심으로 한 스님들이 위례 신도시 건설현장에서 비닐하우스 천막을 치고 겨울 3개월 동안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순례를 거쳐 지난 봄에는 40여 일에 걸쳐 인도 부처님 성지 1167㎞를 도보로 순례한 바 있다. 인도 순례를 마친 후 자승 스님의 행보는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3월 23일 귀국 후 조계사 회향법회에서 그는 "성불(成佛) 보다 부처님 법(法)을 전합시다"라며 전법(傳法) 캠페인을 선언했다. 이후 전국 교구본사별로 대학생 등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법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https://www.chosun.com/MIBVGRDCPNDOVKITM4V57XXT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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