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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식 2023년작 유화 'Countryside -JA09'(72.7×60.6㎝). /청작화랑

  얼기설기 거칠지만 나름의 질서로 정돈된 뉴욕 사회를 어떻게 화폭에 옮겨낼까 고민으로 선택한 건 ‘나이프 칠’이었다. 나이프의 거침없고 속도감 넘치는 터치가 특유의 마티에르를 만들어내며 수많은 감정이 녹아든 인생사를 대변한다. 집들에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포착해 낸 작품의 내면은 ‘인류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체 이상주의 신념’이 담겨 있다. 여러 집들은 크기는 같고 색깔을 다르게 표현한 것은 인종차별이 없는 평등을 추구한다.

  작품은 뉴욕에 체류하던 시절 탄생했다. 1990년대 매너리즘을 탈피하고자 떠나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섬 동쪽 지구에서 산 흔적이다. 2004년부터 2년간 뉴욕에서 지하철로 이동 중 우연히 차창 밖의 스치는 집들에 눈길이 쏠렸다. 하얀 집은 백인, 까만 집은 흑인, 노란 집은 동양인... 서로 다른 형상들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마치 여러 인종이 한데 어우러진 뉴욕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체 없이 작업실로 달려가 미친 듯이 그 영상 속의 사람들을 그려 나아간 작업이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집’의 화가 김명식(74)씨의 개인전 ‘행복이 가득한 집’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24일까지 열린다. 신작 유화 스물여섯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금은 경기도 용인 전원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의 마을 풍경을 그리고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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